인산 세정‧습식 기술까지 2건 더 빼돌려
회삿돈 27억 횡령에…1193억 범죄수익도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 반도체 세정 장비’ 제조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린 세메스의 전직 연구원 등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초임계 반도체 세정 장비는 약액 등으로 반도체 웨이퍼를 세정한 후 웨이퍼를 건조시키는 단계에서 초임계 상태(액체와 기체를 구분할 수 없는 임계 이상 고온‧고압의 물질 상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웨이퍼를 건조하는 장비다. 한국 기술진이 독자 개발해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는 첨단 반도체 설비다.
세메스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한 20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이하 메모리 반도체 제작에 활용되는 차세대 국가핵심기술이다. 현재 세메스 외에는 일본의 TEL사(社) 단 1곳만이 초임계 세정 장비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박진성 부장검사)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혐의로 세메스 전 연구원 A 씨를 비롯해 2명과 기술 유출 브로커 B 씨, 세메스 협력사 대표 C 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세메스 협력사 직원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16년 세메스를 그만두고 2019년 다른 회사를 설립한 뒤 2021년 6월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 반도체 세정 장비’ 핵심 도면을 C 씨로부터 취득, 이를 브로커 B 씨를 통해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세메스는 국내 1위 반도체 세정 장비 제작업체로 세계 3대 반도체 세정 장비 제작업체다. 2021년 기준 연간 매출액은 3조1280억 원에 달한다.
A 씨는 함께 구속 기소된 세메스 전 연구원과 공모해 2021년 5~7월 세메스가 일본에 이어 세계 2번째로 개발한 ‘매엽식 인산 세정 장비 기술 정보’를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내부 직원들에게 누설한 혐의도 받는다.
인산 세정 장비는 인산 약액을 사용해 반도체 웨이퍼를 1개씩 세정하는 장비로, 세계에서 일본 업체인 시바우라 사(社) 외에 세메스만 개발에 성공했다.
아울러 A 씨는 2019년 7월~2022년 10월 회삿돈 27억 원을 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 B 씨는 A 씨가 2020년 10월 11억 원을 횡령하는 데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5월 세메스가 개발한 습식 반도체 세정 장비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그는 같은 해 11월 구속기한 만료 등으로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재판을 받아왔으나, 검찰이 추가 기술 유출 범죄를 밝혀내면서 다시 수감됐다.
A 씨 등 피고인들은 2019년 12월부터 작년 7월까지 3년 동안 총 20대의 세정장비 등을 수출해 1193억 원 상당의 막대한 이득을 취득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범죄 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A 씨 업체 공장에 있던 반도체 세정 장비 본체 6세트와 예금 채권, 부동산 등을 가압류해 535억 원 상당을 보전 조치했다.
박진성 수원지검 산업기술범죄수사부 부장검사는 “건전한 기술 개발 풍토를 해치고 공정한 시장 경쟁 질서를 해치는 산업기술 및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엄단하겠다”면서 “범죄 수익은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