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에 이어 모더나도 코로나19 백신 가격을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백신 수급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모더나는 미국 정부와의 계약이 끝나고 상업적 유통이 시작될 경우 백신 1회 접종 가격을 현재 회당 26달러(3만2000원) 수준에서 110~130 달러(13만7000원~16만20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화이자도 미국 정부와의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부터 코로나19 백신을 130달러 내외로 책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6월 화이자가 미국 정부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30.48달러로 4배 이상 인상할 계획이다.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으로 지난해까지 벌어들인 돈은 184억 달러(약 23조 원)에 이른다. 올해에는 50억 달러(약 6조2395억 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화이자도 코로나 백신으로 지난해까지 총 300억 달러(37조 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 정부는 모더나와 화이자가 미국에서 유통하는 코로나19 백신을 전량 구매한 뒤 무료로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재정 고갈 등을 이유로 접종 방식 변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대다수 인구가 1·2차 기초접종을 마쳤고, 코로나19의 풍토병화로 팬데믹의 시급성이 점차 해소되면서 백신 무상 접종을 중단하기로 가닥이 잡혔다. 이에 미국 행정부는 앞서 구매한 백신을 모두 사용하면 제약사가 직접 병원과 약국 등에 유료로 백신을 유통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미국에서의 코로나19 접종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고 있어 백신 유료화 시기는 올해 가을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코로나19 백신이 무상으로 접종되고 있다. 접종 유료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 다만, 언제까지 무상 접종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백신 도입 및 접종시행 관련 예산은 지난해 3조2649억 원 규모였지만, 올해는 4565억 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미 확보한 백신의 접종 기간 연장 등에 따라 구매 예산이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국내 공급 가격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방역당국은 기업과 전량 구매계약을 체결하며 백신 가격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모더나 관계자는 “현지에서 가격 인상과 관련한 발표가 나왔고, 국내 상황에 대해선 한국 정부와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며 “국내 가격과 미국에서의 가격 조정은 별개 사안이다. 백신 계약과 관련해선 밝힐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