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2022년 3월 발표한 지자체별 국내 등록외국인 수에 따르면 서울은 22만5839명, 경기도는 35만8471명으로 집계됐다. 불법체류자 등 등록되지 않은 외국인까지 고려하면 그 수는 늘어난다. 서울과 경기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더 빠른 셈이다.
서울시는 다양한 문화 융합 ‘멜팅팟’(인종 용광로) 에 방점을 찍었다. 문화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각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어린이·청소년 대상 찾아가는 문화 다양성 교육’을 650회가량 추진했다. 유치원이나 초·중·고등학교, 국공립 돌봄 기관이 신청하면 외국인 강사가 현장을 찾아 체험 활동과 교육으로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강사 양성 교육 사업도 병행했다.
외국인 주민이 정책에 참여할 방안도 마련했다. 외국인 주민이 지역사회 주체로 등장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고자 2015년부터 ‘외국인주민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2021년 1월 중순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2년간 17개국 26명이 ‘3기 외국인주민회의’를 구성했다. 이들은 외국인 주민 커뮤니티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맡는다. 외국인 부동산 계약 번역 서비스나 외국인 디지털 유목민 전문인력 비자 도입 등 생활 밀착형 정책들이 제안됐다.
경기도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여건 개선에 도움을 주려는 사업을 구사하고 있다. 서울보다 이주노동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맞춤형’ 정책을 설계한 것이다. 정보 교류가 원활하지 않은 농촌 지역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상담과 사례 관리, 방역·안전장비 등 지원하는 ‘농촌 지역 이주노동자 서포터즈 운영’이라는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사업 첫해인 2021년에만 1243건 노동 상담을 진행했고 방역·안전 물품 1만3000여 점을 지원했다. 2022년에는 취약 환경에 놓인 이주노동자를 새롭게 발굴하고, 법률·노무 관련 전문가 심층 상담을 지원했다. 필요하면 고용센터 등 관련 기관과 연계해 문제 해결도 나섰다.
이밖에 경기도는 저소득 외국인 주민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목표로 8개 시군 대상 50만~100만 원의 생계, 의료, 해산비를 지원하는 ‘외국인 주민 긴급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한 각종 교육과 프로그램을 골자로 한 ‘내·외국인 주민 문화소통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한국어가 능숙지 않은 외국인 주민의 지역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의료, 복지, 안전 등 행정·공공용어집을 6개 국어로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라며 “외국인 지원기관이 없는 시군에 외국인복지센터 추가 설치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주 초기 단계에서 이주노동자 등 외국인 주민이 각종 사업과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서울시와 경기도를 비롯해 다른 시군구도 지역 상황에 맞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홀로 적응하는데 사투를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태국인 요리사 마우스(가명·44)는 “한국어 무료 강습, 한국문화체험 한국 적응 관련 프로그램이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착 과정에서 정부나 지자체 지원이 없었고 교육 안내도 따로 받지 못했다”며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오래 걸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민정책에서 지역과 지자체도 정부 못지않게 역할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민이 인구 감소의 유일한 대안은 아니지만 지역에 필요한 인력 수요를 파악해 지역 인구감소 위기에 대응하는 논의 등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도원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자체와 정부, 관계기관의 긴밀한 소통과 협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이민청 설립도 지자체 입장에서 정부의 협업대상을 명확히 설정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 모두 관련 조직과 인력, 예산을 확보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려는 논의와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