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퇴직연금 유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은행들은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맞아 퇴직연금 관련 마케팅에 나서면서 고객 유치에 분주한 모습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퇴직연금 가입자 유치를 위해 각종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7월부터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사전지정운용제(디폴트옵션)가 도입되자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은행도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이나 개인형IRP 가입 고객 중 TDF를 10만 원 이상 매수하고 10만 원 이상 자동이체를 1년 이상 등록한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한다. 다음 달까지 진행되는 이번 이벤트는 대상 고객 전원에게 커피 쿠폰을 증정한다. 이벤트 대상 고객이 디폴트옵션을 함께 등록할 경우 추첨을 통해 애플 맥북, 갤럭시Z플립, LG전자 씨네빔 등 다양한 경품도 준다.
디폴트옵션이란 근로자가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 상품을 결정하지 않고 방치하면, 미리 정해둔 운용 방법에 따라 적립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지난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도입된 후 정부와 금융감독원은 2차례 심의를 통해 총 259개 상품을 승인했다.
이미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연평균 6~8%의 안정적인 수익률 성과를 내고 있다. 근로자들은 디폴트옵션을 활용해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면 더욱 낮은 부담으로 좋은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연말정산 시즌을 앞두고 퇴직연금 가입 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재차 주목받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 규모도 2020년 255조5000억 원, 2021년 295조6000억 원, 지난해 약 300조 원 규모로 지속해서 커지고 있어 은행들도 미래 먹거리로 꼽고 있다.
하나은행은 개인형 퇴직연금(IRP) 고객을 대상으로 한 경품 증정 이벤트를 3월 말까지 진행한다. 하나은행 IRP 상품에 10만 원 이상 신규가입하고, 1년 이상 자동이체를 등록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추첨을 통해 1023명에게 백화점상품권과 커피 쿠폰을 지급한다. 이벤트 기간 전에 IRP에 가입한 고객 중 디폴트옵션 선정을 완료한 1000명에게도 커피 쿠폰 당첨 기회를 준다.
신한은행도 IRP 고객을 대상으로 3월 31일까지 '금빛 새해 복토끼 TDF(타겟데이트펀드) 이벤트'를 실시한다. TDF란 가입자의 은퇴 시점에 맞춰 투자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 운용하는 펀드다. 가입자의 생애주기뿐 아니라 시장 상황까지 반영해 주기적으로 리밸런싱(변경)해주는 퇴직연금 대표 자산운용 상품이다.
신한은행의 이번 이벤트는 개인형 IRP 계좌에 자기부담금 100만 원 이상 입금하고 자동이체 10만 원, 1년 이상 등록, 입금 금액 70% 이상 TDF로 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모든 참여자에게 커피 기프티콘을 증정하고, 추첨을 통해 순금 골드바와 미니 골드바를 18명에게 제공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퇴직연금이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급격하게 시장이 변하고 있어 가입자 유치를 위해 은행들이 발 빠른 마케팅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당분간 은행권뿐만 아니라 전 금융권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고객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