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고금리 여파로 치솟았던 CP(기업어음) 금리가 약 2달 만에 4%대로 내려왔다. 연초 효과로 기관들이 대거 채권을 쓸어담는 데다 금융당국의 ‘50조 원 + α' 규모의 자금 투입이 더해지면서다.
채권 시장도 자금집행 본격화로 강세를 보이면서 단기 자금시장 경색이 진정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만기는 꺼지지 않은 불씨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CP(91일물) 금리는 연 4.97%로 최종 고시됐다. 지난달 9일 이후 22거래일 연속 내림세로 작년 11월 8일(4.98%) 이후(종가 기준) 약 2달 만에 5%대 아래로 내려온 셈이다.
CP금리는 지난해 9월 22일 전 거래일보다 0.02%P(포인트) 오른 연 3.15%를 기록한 뒤 12월 1일까지 49거래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상승했다. 2009년 1월 12일(5.6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금리 또한 A1 등급의 정기예금 ABCP 위주 금리가 큰 폭 하락하는 등 강세 전환한 모습이다. 지난 6일 특수목적회사(SPC) 국민넘버원제3차(A1)는 31일 만기 정기예금 ABCP가 3.35% 금리에 거래됐다. 4% 초반에 육박했던 한 달 전과 비교하면 50bp 넘게 내렸다.
지난주 한국가스공사(A1)는 잔존만기 8일 ABCP를 2.88% 금리로 500억 원 발행했다. 이 시기 한국지역난방공사(A1)도 8일 만기 ABCP를 2.90% 금리에 1200억 원 발행했다. 몇 달 전 한국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초우량 공사채가 6%대 금리에도 유찰되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온기가 도는 모습이다.
연초 이후 단기금융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강세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체 발행은 감소세다. 이달 첫 주(2~6일) CP 및 전자단기사채 전체 발행액은 약 16조5100억 원으로 전 주 대비 약 6조4500억 원 감소했다.
ABCP 시장 전체 발행액도 약 4조9200억 원으로 전 주 대비 약 5조1700억 원가량 감소했다. 특히 A2+ 등급 이하 비우량물의 발행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순발행액은 약 3조3800억 원으로 전 주 대비 약 9조4800억 원 증가하며 플러스(+)대로 올라섰다.
이한구 금융투자협회 채권전문위원은 “정부의 자금지원책이 시장에 풀리면서 연말부터 숨통이 트인 것으로 풀이된다”라며 “다만 당장 2월까지 부동산 PF ABCP 만기도 상당 부분 남아있고, 부동산 시장 침체가 워낙 많이 남아있어 부동산 완화 조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비우량물은 잘 소화가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상반기 중 도래하는 시공사별 CP PF 만기도래액은 5987억950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