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주요국 상품시장 및 자본시장의 글로벌한 통합, 다국적 대기업 중심 글로벌 공급망 구축 등을 통해 많은 경제적 혜택을 제공해왔다. 우수한 기술과 영업력을 가진 기업들이 세계에서 가장 싼 원료와 노동력을 활용해 가장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이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교역과 경제성장이 촉진되고 각국의 물가가 안정되었으며 소비자 후생도 크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세상일이 늘 그렇듯이 세계화 역시 밝은 면 뒤에 몇몇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다. 우선, 세계화는 경제적 불확실성을 높인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국제자본은 각국의 시장을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이동하며, 이로 인해 다수의 신흥국과 개도국이 금융위기를 겪었다. 또한, 세계화는 경제적 불평등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화는 세계적 경쟁을 유발하여 국제경쟁력을 갖춘 부문과 그렇지 못한 부문 간의 소득 격차를 확대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본과 노동 간의 수익 격차도 커진다. 선진국의 자본은 각국의 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하여 투자수익을 늘리는 반면, 노동은 여전히 모국에 머물면서 임금이 정체되기 때문이다. 한편, 세계화의 이득이 국가 간에 불평등하게 분배될 수 있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국가가 반발할 수도 있다. 현재의 미국·서유럽이 대표적이다. 중국이 세계화를 기회로 수출을 증진하고 제조업을 발전시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는 동안, 미국·서유럽은 제조기업의 해외 이전 등으로 임금 상승이 정체되고 경제의 성장기반 또한 약해졌다.
세계화가 절정이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세계화의 이득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이후 선진국 제조업의 공동화 및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확대, 주요국에서의 소득 격차 확대 등 세계화의 부작용이 부각되었다.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화에 대한 반발이 높아졌고 이것이 포퓰리즘 확산, 브렉시트(Brexit), 트럼프 당선 등으로 표출되면서 보호무역주의, 미국·서유럽 대 중국 간 분쟁을 불러왔다.
앞으로 세계화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세계화된 경제는 세계화의 부작용을 줄이고 그 이익을 국가·계층 간에 공평하게 분배할 세계 지배기구와 각국 정부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세계화의 향방은 주요국이 서로 양보해 효과적인 세계경제의 지배기구를 만들어내느냐, 그리고 각국의 정치인들이 포용적 정책을 펼쳐 사회 통합을 달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세계가 이러한 지배 체제를 만들어내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무엇보다 세계 지배기구 구성이 어려울 것이다. 미·중 간 헤게모니 다툼, 나아가 미국·서유럽 대 중국·러시아 간 갈등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고, 주요국들의 신재생에너지·인공지능(AI) 등 핵심 산업·기술 보호 정책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지도자들의 이기적 행태, 유럽 지도자들의 무능 등으로 주요국에서 정치적 책임성과 기능적 효율성을 갖춘 정부가 구성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그러나 세계화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세계 각국은 경제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게 서로 얽혀 있으며 무역이 없다면 생존할 수 없다. 중국이 없으면 미국은 그 많은 농산물을 처분할 수 없고, 미국이 없으면 중국은 온갖 생활용품들을 팔 수 없다. 유럽은 중동의 원유 없이 살 수 없고 중동은 유럽의 공산품 없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핵심분야 이외 산업에서의 무역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이런 맥락에서 세계화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세계무역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