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잠정안 확정되면 사상 첫 500억 달러↑
2014년 대비 수출 24% 줄어도 금액 7% 증가
소형차 현지생산…고급차 등 비싼 차 수출↑
달러화 강세 속에서 내수 줄이고 수출 확대
국내 완성차가 지난해 수출로 벌어들인 금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격이 낮은 소형차는 수출 대신 ‘현지생산 현지판매’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친환경차와 고급차 수출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1월 1달러당 1187원 수준이었던 원ㆍ달러 환율이 4분기 들어 1400원까지 치솟는 등 꾸준히 이어진 강(强)달러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분석된다.
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수출 금액은 11월 누적 기준 440억4000만 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는 수출금액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1년 이후 최대치다.
KAMA 관계자는 “2019년부터 쏟아진 신차들이 2021년부터 수출되기 시작했다”라며 “2022년 환율 효과를 예측하고 2021년 하반기부터 수출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한 것도 전체 수출금액 증가에 힘을 보탰다”고 말했다.
11월 누적치를 기준으로 2013년 279만9000대였던 수출 물량은 줄곧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코로나19 팬데믹(2020년 3월) 직전이었던 2019년에는 219만 대까지 하락했다.
이후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71만 대와 185만 대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주요 시장의 산업수요 감소와 반도체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물량이 감소한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본격적인 반등이 시작돼 2019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200만 대 고지를 넘어 208만 대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수출물량이 소폭 회복하는 사이 수출금액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완성차 수출금액은 11월 누적기준 440억4000만 달러에 달했다. KAMA가 추정 중인 지난해 12월 잠정치를 포함하면 연간 자동차 수출금액은 500억 달러를 크게 넘어선 것으로 관측된다.
직전까지 수출금액 최고기록은 2014년 410억1000만 달러였다. 당시 수출물량은 275만 대에 달했다.
2014년과 2022년을 비교해보면 수출물량은 275만 대에서 208만 대로 감소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벌어들인 수출금액은 410억1000만 달러에서 오히려 440억4000만 달러로 증가한 것이다. 8년 사이 수출물량이 24.3% 감소한 반면 수출 금액은 오히려 7.4% 증가한 셈이다.
차를 적게 팔았어도 수익이 컸던 이유는 주요 제조사의 경영 전략이 주요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정의선 수석부회장(당시)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양적성장 대신 질적성장을 추진했다. 많이 팔기보다 적게 팔아도 큰 이윤을 남기겠다는 전략이었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소형차의 경우 베트남과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현지공장을 확대하고 있다. 제조원가와 물류비용을 줄여 현지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흥국을 겨냥한 값싼 차종은 이처럼 현지에서 만들고, 상대적으로 값비싼 차는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다는 계획 덕에 1대당 수출금액도 크게 증가했다. 때마침 수출로 먹고사는 자동차 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흘러가면서 환차익도 톡톡히 챙겼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환율 효과를 누렸다면 올해부터는 환율효과가 금리 인상과 산업 수요 감소 여파를 얼마나 상쇄하는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