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1일 정초부터 CBS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 세계 경제 3분의 1이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말이 그렇지 세계 경제의 축인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모두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어서 전 세계가 늪에 빠질 것이란 얘기다. 그는 특히 “경기 침체를 별로 겪어 보지 않은 국가의 국민 수억 명도 불경기를 체감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기업가, 경제학자, 금융인 모두 한목소리다. 포천지는 G7 국가 중에서는 특히 영국이 가장 길고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금리에 노동력 위축, EU와 교역 감소, 에너지 위기가 겹쳐 탈출구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 경제는 살아 있는 생명체다. 제대로 맞아 떨어진 적이 별로 없다. 지난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때 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연말께 되면 떨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인플레는 잡히지 않았고, 공급망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봤지만 어긋났다. 반도체 수급이 불안정하고 금리가 오르는 바람에 자동차 생산이 위축되고 10년 만에 최저 판매를 기록했다.
제임스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좋은 소식만 챙기고, 나쁜 소식은 무시한 데서 나온 실수”라고 평가했다. 하긴 연방준비제도(Fed)도 인플레 예측 시행착오를 거듭했으니 누굴 탓하랴.
올 경기침체의 심각성은 부자들까지 멍들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만큼 충격이 클 것이란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가 폭락과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대량 감원 등으로 부자들도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 불경기는 이른바 ‘리치세션(Richcession)’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부자들은 이미 지난해 주가 폭락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주가 폭락과 ‘동시패션’으로 진행된 인플레이션 때문에 자산가치가 폭락한 결과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경제의 틀이 깨지고 블록화가 심해지면서 통제불능의 변수들이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국제문제컨설팅 전문가이자 유라시아그룹 사장인 이안 브레머는 타임지에 기고한 글에서 경기침체 외에 올해 지구촌을 위협하는 10대 위기 변수를 꼽았다. 세계의 악동 노릇을 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거머쥔 중국 시진핑 주석, 대량살상무기, 러시아와 손을 잡은 이란의 불안한 정국, 정치적으로 양분된 미국, 물 위기 등 정치 경제적 요인들이 많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에너지 공급대란, 중산층 몰락의 세계화, 틱톡 붐과 세대교체 등은 경제적 변수이거나 경제와 더 정교하게 맞물려 있는 고차원 함수관계라는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하지만 즐길 수 있는 여지가 없기는 대기업이나 서민들 모두 마찬가지다.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감원으로 맞섰다.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공룡기업으로 등장한 세일즈포스는 3일 새해 벽두부터 직원 10%, 8000명 감원계획을 발표했다.
대기업은 그렇게 해서 헤쳐갈 수 있다. 문제는 중산층과 서민들. 미디어들이 내놓은 침체 대비책은 눈물겹다. 첫 번째는 리스크를 줄이라는 것. 가계부를 만들어 예산을 짜고, 비상금을 준비해 두라는 것이다. 비상금은 최소 3~6개월치 생활비. 빚 갚을 우선 순위를 매기고, 이력서를 업데이트해 두라는 충고는 사뭇 비장하다. 일반 직장인뿐 아니라 잘나가는 고소득 테크 종사자들도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다. 조금이라도 여윳돈이 있으면, 평생교육원 수료증이나 자격증을 따 자기 몸값을 올려 두라는 조언도 있다.
부업을 찾으라는 충고는 보다 구체적이다. 신발끈 조이고, 허리띠를 단단히 매라는 얘기다. 유튜브 활동을 하거나 프리랜서로 일하기, 부동산을 활용해 렌트 수입 올리기 등 돈이 되는 일거리를 찾아 보라는 것. 또, 중고등학생 개인교습, 헌 옷 되팔기, 이삿짐 운반 서비스, 결혼식 주례서기, 주말 스포츠 경기 심판보기 등 한마디로 돈이 되면, 죄 짓는 일 말고는 뭐든지 하라고 권한다. 심지어 남의 옷 빨아 주기도 있다. 눈물 겨운 한 해가 될 거라는 예감이 절로 드는 대목이다.
이래저래 경기침체,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한 해가 아니라 피할 수 없으니 ‘맞서야 하는’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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