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미국 하원에서 5번의 하원의장 선출 호명 투표를 진행했다. 그러나 또다시 아무도 과반(218표)을 확보하지 못했다. 3일과 4일, 6차례에 이어 총 11번 투표에도 하원의장이 선출되지 못한 것이다. 164년 만에 가장 긴 하원의장 공백으로, 100년 전 9차례 투표 만에 의장을 선출했던 과거 기록도 갈아치웠다.
공화당 반란이 계속되고 있다. 공화당이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를 후보로 추천했지만 극우 성향의 ‘안티매카시’ 세력 20명이 다른 후보에 표를 던지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하킴 제프리 원내대표를 후보로 추천하고 212명 전원이 계속 찬성표를 던졌다.
매카시는 의회 공전을 막기 위해 이날 투표 전 ‘반란’ 세력에 양보안까지 내놨다. 하원의장을 몰아내기 위해 요구되는 최소 공화당 의원 수를 절반에서 5명으로 낮추는 안을 제시했고, 하원의 핵심 위원회인 규칙위원회에 ‘프리덤 코커스’ 의원들을 더 많이 넣겠다고도 했다. 프리덤 코커스는 공화당 내 반란을 주도하고 있는 초강경파 모임이다. 매카시는 의회 상정 전 72시간 동안 의원들이 법안을 검토할 수 있는 시간도 제안했다.
그러나 반란 세력은 매카시의 제안을 모두 깔아 뭉개고 반대표를 던졌다. 현재로서 이들을 막을 수 있는 중재자가 보이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글을 올려 매카시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초강경파들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한 공화당 전략가는 CNN에 “트럼프가 최후 협상가로 자신을 내세웠지만 지금 의회에 먹히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의 영향력이 과거와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극우파들의 입장도 다 다르다. 의회 운영 규칙 변경을 원하기도 하고, 정책 수정을 앞세우기도 한다. 최악은 의회 ‘난장판’ 그 자체를 의도하는 이들이다. 안티매카시 소속 스콧 페리 공화당 하원의원은 CNN에 “우리 방식이 작동한다는 걸 미국인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며 “워싱턴이 망가지는 걸 더 이상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댄 비숍 노스캐롤라이나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게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라며 “맘에 안 들면 같은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