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검사들의 ‘공소권 남용’ 사건이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재정신청을 접수한 유우성 씨(전 서울시 공무원) 측은 ‘포괄일죄’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공소시효가 도과했다는 공수처의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해 12월 29일 유 씨가 제출한 재정 신청서를 서울고법에 접수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전‧현직 검찰 간부 4명에 대한 사건으로 ‘유우성 보복 기소’ 사건으로도 불린다. 재정신청은 고소‧고발인이 수사기관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서울고법은 3개월 내 판단을 내려야 한다. 법원이 신청을 기각할 수도 있지만, 인용할 경우 공수처는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통상 재정신청을 하려면 항고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공수처의 경우 항고 없이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하게끔 돼 있다.
유 씨 측 재정신청 요지는 피의자들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포괄일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이 인용한 판례는 대법원 2021도2030. 일련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계속해서 저지른 직권남용행위는 포괄일죄가 성립한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포괄일죄란 형법상 개념으로 수개의 행위가 포괄적으로 1개의 구성요건에 해당해 1죄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여러 개의 범죄 행위에 포괄일죄를 적용하면 공소시효는 마지막 범죄 행위가 끝난 시점부터 계산한다.
변호인단은 검사들의 직무와 권한이 공소제기에만 한정되지 않고 수사와 공소제기, 공소유지 등 일련의 행위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즉, 공소권 남용으로 인한 영향은 공소제기 그 순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인 공소유지 행위까지 미친다는 설명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사건의 공소시효는 아직 남아 있다. 대법원은 2021년 10월 14일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공소제기가 ‘공소권 남용’이라는 점을 인정한 바 있는데, 변호인단은 마지막 범죄 행위가 끝난 시점을 이 때로 보고 있다. 공소시효는 7년 뒤인 2028년 10월 13일이 된다.
반면, 공수처의 판단은 다르다. 사건 범죄 행위 종료시점을 공소제기 시점으로 보고 있다.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행위가 시작된 뒤 범죄가 유지되는 ‘계속범’이 아니라 특정 시점에 발생하는 ‘즉시범(상태범)’이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공수처에 따르면 공소시효는 공소제기일인 2014년 5월 9일을 기점으로 7년이 지난 2021년 5월 8일이다. 공소시효는 이미 끝났다.
만약 서울고법이 포괄일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공소시효가 남았다고 인정하는 것과 같다. 이 경우 상황은 조금 복잡해진다.
공수처는 당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며 ‘대법원이 공소권 남용을 인정했기 때문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수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공소시효 (도과) 문제 때문에 더 이상 수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공소시효 완성이라는 형식적인 문제 때문에 사건의 실체에 대해 깊숙이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만약 고법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공소제기 명령을 내리면 혐의에 대한 수사가 덜 된 상태에서 사건을 기소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우,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가 수사와 동시에 공판도 진행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29일 유 씨를 기소한 검사들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과 관련해 김수남 전 검찰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신유철 전 서울서부지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이두봉 전 대전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안동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당시 주임검사) 등 4명을 불기소 처리했다.
이들은 2010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던 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에 대한 동일 외국환거래법위반 고발사건과 관련해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음에도 2014년 5월 공소를 제기해 검사로서의 권한을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