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고, 더 늦게 받는’…가입자들 울리는 국민연금 개혁안 [이슈크래커]

입력 2023-01-0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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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노인층이 은퇴 이후 연금에 의존할 수 없는 불안한 노후를 맞이한다.(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노인층이 은퇴 이후 연금에 의존할 수 없는 불안한 노후를 맞이한다.(게티이미지뱅크)

차일피일 미루던 국민연금 개혁이 젊은 세대의 가혹한 짐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근본적인 설계 변화에 대한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구조를 유지했다간 70년 뒤 누적 적자가 2경2650조 원이 되는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1배 수준이다. 부실한 연금구조와 노년 빈층 지원 사회 안전망 부족은 급속히 노령화하는 사회의 풀기 힘든 숙제로 떠올랐다.

많이 내든지, 적게 받든지

3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소속 민간자문위원회는 현행 국민연금의 보험료율(9%)과 소득대체율(40%)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민간자문위는 국회 연금특위에 국민연금 개혁의 방향성과 초안을 제시하기 위해 구성된 연금제도 관련 전문가 집단으로,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와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연명 공동위원장은 이날 열린 전체 회의에서 “(국민연금) 급여 수준을 그대로 두되 보험료를 인상하자는 측과, 소득대체율을 인상하고 그에 맞는 보험료율을 인상하자는 두 가지 주장이 있다”라며 “민간자문위는 이 두 가지 안을 병렬적으로 제시했다”라고 밝혔다.

김 공동위원장은 “최종적으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할지는 논의를 거친 후 다음 기회에 밝히겠다”라고 덧붙였다.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1차 연금개혁 이후 24년째 9%에 머물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8.2%의 절반도 안 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도 1988년 제도 도입 당시 70%(40년 가입 기준)였지만, 재정문제 등으로 2028년까지 40%까지 떨어지게 되면서 연금을 통한 실질적인 노후보장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용하(오른쪽)·김연명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용하(오른쪽)·김연명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피할 수 없는 연금 개혁

국민연금을 개혁 없이 지금 상태로 내버려두면 70년 뒤 장기 누적 적자가 2경2650조 원에 이를 것이란 추계가 나왔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2071조 원)의 11배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열린 ‘청년 세대를 위한 연금개혁’ 민·당·정 토론회에서 “2022년을 기준으로 국민연금 재정을 새롭게 추계한 결과 2056년에 기금이 소진되며, 이후 2092년까지 누적 적자가 2경265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발표했다. 기금 소진 시기는 2018년 제4차 재정계산에서 전망된 고갈 시점 2057년에서 1년 앞당겨졌다. 또 당시 재정계산을 토대로 전망됐던 70년 뒤(2088년 시점)의 누적 적자 1경7000조 원보다 5600조 원가량 늘어났다.

이에 대해 윤 연구위원은 “이것도 매우 보수적으로 계산한 결과”라고 했다. 누적 적자액이 늘어난 것은 지난 추계로부터 4년이 흘러 증가분이 있는 데다, 출산율과 경제 변수 등 주요 가정치를 최근 변화에 맞춰 미세 조정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2018년 계산 때는 합계출산율 가정치를 2020년 1.24, 2030년 1.32, 이후 1.38 등으로 설정했는데 작년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4년 전 가정치를 훨씬 밑돌았다.

향후 국민연금을 납부할 젊은 세대가 애초 전망보다 훨씬 적게 태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기금운용 수익률도 ‘향후 70년간 평균 4%대 유지’라는 기존 가정이 무색하게 올해 들어 5월까지 투자 수익률이 -4.7%, 45조3000억 원 손실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을 개혁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과제로 떠올랐다.(게티이미지뱅크)
▲국민연금을 개혁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과제로 떠올랐다.(게티이미지뱅크)

턱없이 부족한 연금에 근로 병행은 필수

이대로라면 위험한 노후를 보내는 중·장년층이 미래의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게 자명하다. 적정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한 노년층이 대부분이어서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생각하는 부부의 노후 적정 생활비는 월 277만 원 수준이었다. 4년 전과 비교하면 34만 원 늘었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은 최근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담은 ‘제9차(2021년도) 중·고령자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조사는 지난해 8월 1일~11월 23일 전국 50세 이상 4024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령자가 인식하는 노후가 시작되는 나이는 69.4세였다. 올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3세이고 2033년에는 65세로 늦춰지지만, 4년 이상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노후가 시작된다고 인식하는 계기는 응답자의 62%가 ‘기력이 떨어지는 시기’를, 21.2%는 ‘근로활동 중단(21.2%)’을 뽑았다. 노후에 평범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적정 생활비는 부부 기준 월평균 277만 원, 개인은 177만3000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서울 거주자의 경우 적정 생활비는 부부 330만1000원, 개인 205만3000원이라고 봤다.

의식주 해결 등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부부 기준 198만7000원, 개인 124만3000원이었다.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이 월 58만 원 수준으로 부부가 매달 116만 원 정도를 받는다. 즉, 국민연금만으로는 최소한의 생활도 유지하기 힘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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