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쏘아 올린 중대선거구제...국민의힘 '내적갈등'

입력 2023-01-0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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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중대선거구제 검토 필요성 제기
주호영 “정개특위 위원 중심으로 논의, 필요하다면 의총까지 열 것”
영남권 지역구 의원들 “영남권에 민주당 지지층 많아...국민의힘이 불리”
수도권 지역구 의원 “수도권도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어...유리하지 않아”
하태경 의원 “중대선거구제 반대? 공천에 영향 있을 수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화두로 던진 ‘중대선거구제 개편론’에 여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통령 의중에 반기를 들 수 없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무작정 찬성표를 던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내 의원들 사이에선 “유불리를 넘어 대통령이 너무 큰 얘기를 했다”며 푸념을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선거제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개편 논의에 불이 붙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3일 선거구제 논의와 관련해 “1987년 이후 소선거구제를 채택해 왔으나 모든 선거구제라는 것이 일장일단이 다 있다. 소선거구제의 폐단도 있지만 장점도 있고, 중대선거구제도 장점이 있고 단점도 있다”며 “정개특위 위원들 중심으로 1차 논의, 필요하다면 정책의총을 열어서 선거구제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음에도 바로 승낙하지 않은 것이다.

중대선거구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현행 소선거구제와 달리 2명 이상 선출하는 제도로, 다당제를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구를 텃밭으로 둔 의원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이야기다. 영남권을 텃밭으로 둔 국민의힘의 경우에는 지역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영남권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부산·경남(PK)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호남권과 영남권은 투표를 해보면 득표율이 다르다. 부산에서는 민주당 득표율이 30%까지도 나온다”며 “호남에서는 2~3자리를 민주당이 차지할 텐데, 영남권에서는 국민의힘 1명, 민주당 1명, 정의당 1명꼴로 나올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대구·경북(TK)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영남권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이 20% 정도가 있다. 하지만 호남권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층이 한 자릿수밖에 안 된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하면, 국민의힘이 불리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이나 친윤계 의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대통령께서 원리 원칙이 강한 분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중대선거구제에 찬성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 “수도권이라고 우리가 유리한 것이 아니다. 강남과 강북만 봐도 민심이 다르지 않냐. 절대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 친윤계 의원은 “여러 가지 방안을 두고 검토할 텐데, 이해관계에 있는 의원들의 반발이 셀 것으로 보인다”며 “극단으로 달리는 양당제로 인한 대치가 너무 강하니까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는 차원에서 대통령께서 제안했지만, 현실화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친윤’과 ‘비윤’의 역학관계가 비뀌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당에 (중대선거구제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다. 근데 반대하는 의원들은 비윤이 된다”며 “(비윤이 되면) 공천 문제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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