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란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행위를 뜻한다. 가장 간단한 사례는 “그만 나와”라고 말하는 것이다(해고는 서면통지를 해야 하므로 이렇게 하면 부당해고가 된다). 사직은 근로계약 종료의 의사를 최초로 누가 표시했든 최종적으로 마지막 출근일을 근로자가 정하고 사직서를 제출(해고와 달리 문자, SNS, 이메일, 구두로도 가능하다)하는 행위이다. 조용한 해고는 조용히 불이익을 근로자에게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자기 발로 나가게 하는 것이기에 법적으로 사직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해고와 사직, 특히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과 해고가 혼용되어 쓰이고 있다. 누가 조사한 바는 없지만 노무사들을 찾아 온 ‘부당해고’ 상담 중 적어도 절반은 사직이거나, 아니면 아직 해고조차 없었던 경우다. “회사와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생각 한 번 해보세요”처럼 권고사직 의사가 있는지 회사가 물어보자 바로 해고를 당했다 찾아오는 경우도 많고(근로자), “실업급여 받게 해줄 테니까 다음 주까지만 나와”라고 해놓고 권고사직을 주장하는 경우도 많다(사용자).
이 둘을 헷갈리게 하는 건 아무래도 회사의 모호한 태도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월급 줄 형편이 안 되니 다른 일을 찾아봐라”라고 하면 그만 나오라는 건가, 알아서 다른 일을 찾아 나가라는 건가? 최대한 모호하게, 조용한 해고 식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이런 경우 법적 판단을 받아보면 ‘해고’로 판정이 나게 된다(대법원 판결). 권고사직인지 해고인지는 실업급여를 받는 데 있어서는 동일하지만 해고예고수당 여부, 부당해고 구제신청 여부에서 매우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2023년, 구조조정이 화두가 될 공산이 매우 크다. 조용한 해고도 좋지만 해고와 사직에 대한 애매한 스탠스는 결국 법적 분쟁으로 갈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재무적 손실(분쟁비용, 임금상당액 등)은 물론 사업장의 노사관계가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채용 이상으로 중요한 게 방출관리임을 명심할 시기다.
신동헌 에이플 노무법인 대표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