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가 연초부터 가격 인상에 줄줄이 나선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수요 부진 등 연이은 악재로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이어 새해에도 가격 조정이 나선 것으로 보인다.
2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과 현대리바트는 이날부터 일부 모델의 가격을 인상한다. 한샘은 부엌과 수납 제품 일부 모델의 팬넬ㆍ도어ㆍ몸통 등을 2.7% 올린다. 현대리바트도 가정용 가구 브랜드의 침대, 소파 등 오프라인 매장 제품 가격을 약 5% 가량 인상한다.
신세계까사는 아직 새해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1, 2위가 동시에 가격 인상에 나선 만큼 가격 오름세는 도미노처첨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가구업체들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시작된 물류비 상승과 전쟁으로 인한 목재 가격 급등 등 원가 부담이 커져서다. 실제 지난해 가구 제조의 핵심 자재인 PB(파티클보드)매입 비용이 크게 늘었다. PB는 목재를 고온 압착한 것으로 부식과 뒤틀림이 적어 목재 대체재로 쓰인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 포인트 인상)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주택 매매거래가 실종되면서 가구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한샘은 이같은 이유로 지난해 이미 다섯 차례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현대리바트 역시 세 차례나 제품 가격을 높였다. 신세계까사도 지난해 인기 제품인 ‘캄포소파’ 등을 인상했다. 이케아코리아, 퍼시스그룹, 에몬스 등이 줄줄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실적 부진 방어에 나섰다. 침대 브랜드 에이스침대도 지난해 최대 20% 가량 가격을 올렸고, 씰리침대와 템퍼도 두 차례에 걸쳐 가격을 인상했다.
다만 이같은 방어에도 가구업계는 지난해 실적 부진을 피하지는 못했다. 한샘은 3분기 매출액이 47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고, 영업손실 136억 원, 당기순손실 80억 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주택거래량 급감에 인건비, 임대비 등이 줄줄이 상승한 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리바트는 이 기간 매출 3642억8200만 원, 영업이익 5억1000만 원으로 적자는 면했지만 영업이익이 무려 87% 감소했다.
가구업계는 이같은 가격 인상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특수로 한동안 가구를 살 사람은 어느 정도 구매를 한 것으로 보여 당분간 수요 부진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특히 기준금리 인상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 주택시장이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같은 상황에도 시몬스 침대는 올해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선언했다. 경기불황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소비자에 부담을 전가할 수는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시몬스 침대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영업이익 방어는 다소 힘들 수 있다”면서도 “다만 마케팅 비용 절감 등 다른 방법들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