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범행 후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30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전날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숨진 택시 기사 A 씨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을 분석해 공개했다.
이 씨는 범행 직후 6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커플링을 사고 고급 술집, 호텔 등에서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여자친구에게 명품가방을 샀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또 A 씨의 스마트폰 잠금 패턴을 풀어 비대면 방식을 통해 수천만 원의 대출도 받았다. 신용카드 사용액과 대출금을 합하면 5400만 원의 금액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잠금 패턴은 A 씨가 소지하고 있던 수첩에 그려진 것을 보고 푼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A 씨의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내면서 택시 기사 본인 행세를 하기도 했다.
이 씨는 20일 오후 11시께 경기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택시 기사인 60대 남성에게 합의금을 준다며 파주시 집으로 데려와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8월 7∼8일께 파주시 집에서 집주인이자 전 여자친구였던 50대 여성을 살해해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한 혐의도 있다. 이 여성의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경찰의 신상정보 공개를 통해 이 씨의 얼굴이 알려지면서 목격담도 늘어나고 있다.
30일 KBS에 따르면 이기영은 함께 살던 50대 동거녀를 살해한 한 달 뒤인 지난 9월 중순 집을 방문한 점검원에게 “부모가 돌아가셔서 상속받을 유산이 어마어마하다. 그 돈으로 마포나 공덕에 아파트를 사서 이사 간다”고 자랑하듯 떠벌렸다.
점검원인 제보자 B 씨는 이기영의 모습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너무 신나게 들떠있어서 그래도 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상속을 받은 건데 상속 금액이 얼마가 됐든 간에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들떠있을 수가 있나? 좀 이상하긴 했다”고 했다.
B 씨가 ‘함께 지내던 집주인 여성이 왜 보이지 않냐’고 묻자 이기영은 “(동거녀가) 카페를 오픈해서 지금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대답한 뒤 계속 상속 얘기로 말을 돌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