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에 투자했던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가 울상이다. 빅테크 관련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면서 올해 수익률이 급감해서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까지 올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위는 테슬라로, 27억5225만 달러(약 3조4860억 원) 넘게 사들였다.
테슬라 다음으로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2위‧26억9560만 달러)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3위‧16억2765만 달러) △엔비디아(4위‧6억7199만 달러) △애플(5위‧5억482만 달러) △알파벳(6위‧4억5679만 달러) 등이 뒤이었다. 순매수 상위 종목이 모두 빅테크와 관련한 셈이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빅테크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공급 등에 힘입어 주식시장을 주도했다. 이에 서학개미도 일명 ‘빅테크 랠리’를 기대하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초 이후 연준은 인플레이션 대응 차원에서 고금리와 긴축 기조로 방향을 바꿨다. 빅테크 규제 논의도 부쩍 늘었다. 유럽연합(EU)은 메타가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반독점 금지법을 위반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오너 리스크’로 주가가 폭락했다.
이에 실제 빅테크 종목의 수익률은 처참하다. ‘천슬라’로 불리던 테슬라는 현재 100달러대로, 올해 초(1월 3일)대비 90.91% 하락했다. 이밖에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90.16%),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87.14%) 등도 전부 급락세다.
증권가는 빅테크 혹한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메타 뿐 아니라 구글, 애플에 대한 규제 우려도 최근 확대됐고 EU는 내년 디지털 시장법(DMA)을, 2024년 디지털 서비스법(DSA)을 시행할 예정”이라며 “결국 미국과 유럽 등에서 주요 빅테크 기업의 사업 확대와 매출 성장 가시성이 하락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에 자체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많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에 미국 재무부가 금융시스템에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는 크게 낮아졌다”며 “금융시스템 유동성이 감소하면서 주가지수는 장기 하락추세로 복귀할 전망”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