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배달 5%, 드라이브스루 13% 증가
IT기술 접목한 서비스도 인기
인플레도 외식업계 환경 급변 요인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과 지난해. 미국의 주요 레스토랑은 그야말로 파리 날리는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올해에는 본격적으로 이동제한 규제가 풀리고 외식 수요가 폭등하면서 이번에는 인력 부족으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리고 이제는 인플레이션 영향에 지갑을 닫는 손님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팬데믹에 대한 회복과 적응에 따른 대대적인 변화로 요식업계 환경이 앞으로 팬데믹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않고 영구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렇다면 요식업계의 환경은 왜 변화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팬데믹으로 고객의 외식에 대한 생각과 소비 패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전미음식점협회(NRA)에 따르면 식당 내부에서 식사하는 손님은 팬데믹 이전보다 16% 감소했다. 대신 그만큼 ‘오프프레미스(Off-premises)’ 식사를 택하는 손님이 늘었다. 즉 배달이나 드라이브스루를 통해 식당 외부(Off-site)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이 늘었다는 이야기다. NRA에 추산에 따르면 배달은 팬데믹 이전 대비 5% 늘었고, 드라이브스루는 13% 증가했다.
허드슨 릴 NRA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미국 전역에 있는 식당 39%가 드라이브스루에서 정체를 겪고 있을 정도”면서 “많은 식당이 3년 전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으며, 기술 통합과 오프프레미스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일부 식당 체인은 이를 간파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타코벨이다. 타코벨은 최근 미니애폴리스 교외에서 4개의 드라이브스루 레인을 갖춘 이른바 ‘타코벨 디파이’를 선보였다. 건물 2층에는 주방이 있어서, 손님이 모바일 앱으로 주문하면, 곧바로 만들어 주문한 지 2분 안에 차에서 음식을 받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은 과거 식당 내 식사와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병행하는 식당과 달리 손님이 앉아서 식사하는 공간 자체가 없다.
맥도날드도 이달 텍사스주 포스워스에서 비슷한 시스템을 선보였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자체 배달 서비스를 추가했다. 배달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드라이브스루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비싸지만, 손님의 수요는 여전히 강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노믹의 데이비드 행크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기술과 편의성에 대한 경쟁의 기반이 크게 바뀔 것”이라면서 “고객이 현장에서 식사하는 외식산업은 앞으로 빠르게 작아지고, 테이크 아웃 주문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 역시 요식업계의 변화를 가져올 요소로 꼽힌다. 외식산업이 마지막으로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겪었던 것은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고급 식당에서는 샌드위치와 같은 캐주얼한 음식이 메뉴에 올라오기 시작했고, 푸드 트럭이 급증했던 것도 이 무렵이다. 고객들이 음식 소비에 큰돈을 쓰기 꺼리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올해에도 감지되고 있다. 라보뱅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이미 레스토랑 소비가 전 분기 대비 7%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 가격이 오른 데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매출 감소를 우려한 레스토랑들은 식재료 가격이 오르고 있음에도 이를 음식값에 전가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P에 따르면 집밥에 드는 비용은 지난 12개월 새 12% 늘었지만, 외식 음식 가격은 8.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곧 식당 주인들이 식당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식재료 가격 상승분 전액을 고객에 전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가격 인상 대신 식자재의 유통기한을 늘리거나 이윤을 높이기 위해 인력을 축소하고, 메뉴를 간소화하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