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기술적 관점에서 수소에너지는 발전원을 기준으로 청정성 여부를 구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부터 물을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된 그린수소(Green Hydrogen), 천연가스를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켜 물에 함유된 수소를 추출하는 개질 방식으로 생산된 그레이수소(Gray Hydrogen), 그레이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해 탄소배출을 줄인 블루수소(Blue Hydrogen), 석탄이나 갈탄을 고온·고압에서 가스화해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의 브라운수소(Brown Hydrogen) 등이다. 이외에도 원자력 기반 수소 생산도 있다. 원전 기반 열화학분해를 이용한 레드수소, 열화학과 전기분해를 이용한 퍼플수소, 전기분해 및 열을 이용한 핑크수소 등 다채로운 수소 생산방식이 개발되어 있다.
유럽이 주목하는 수소경제의 핵심은 수소의 청정성에 있다. 2019년 12월 출범한 유럽연합(EU) 신임 집행위원회는 2050년까지 EU 내에서 탄소배출제로(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종합 계획인 유럽그린딜(Europe Green Deal)을 발표하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집행위원장은 유럽그린딜의 핵심전략으로 경제, 산업, 생산, 소비, 인프라, 수송, 식품, 건축, 세제, 복지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기후중립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였으며, 이 중 수소에너지는 명확한 생산 및 소비 기대치가 제시되며 주요 재생에너지원에 포함되었다.
특히 수소는 전기화에 적합하지 않은 부문에 전력을 공급하고 다양한 재생 에너지 흐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저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럽은 1990년대부터 높은 수준의 탄소배출 저감을 이행해왔으나, 수송 등 특정 영역에서 이행실적이 저조하였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에 수소에너지가 민간 부문, 수송 분야 등 그간 취약했던 영역에서 진취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소는 생산방식에 따라 청정성 여부가 판단되며, 2022년 현재 EU 내 수소생산 중 약 96%가 그레이수소에 의존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유럽그린딜 전략을 위해 제시된 수소가 청정성 여부의 비판에 직면하게 된 이유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수소의 에너지원 활용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었으나, 오랜 기간 낮은 전환 효율성과 기후균형 에너지원으로서의 의심이 꼬리표로 붙어 왔던 것이다. 이에 집행위원회는 정책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한계 설정을 통해 ‘재생가능 수소’를 정의하여 입법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로써 유럽은 그린수소뿐 아니라 블루수소 등 다양한 수소 생산방식을 통한 활용 가능성을 확보하였다.
집행위원회는 2050년까지 EU 최종에너지의 약 9%를 수소에너지가 담당하도록 하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또한 5월 에너지안보를 위해 제시된 ‘리파워EU(RepowerEU)’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EU 내 1000만 톤 생산, 1000만 톤의 재생 가능한 수소 수입 계획을 제시하였으며, 최근엔 그 목표가 2배 이상 상향 조정되었다.
유럽은 현재 수소에너지네트워크, 유럽청정수소동맹(European Clean Hydrogen Alliance), 청정수소파트너십(Clean Hydrogen Partnership) 등 다양한 수소 관련 조직들을 통해 수소인프라 및 포럼 등의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청정수소동맹은 재생 가능 수소 생산, 산업 수요, 모빌리티 및 기타 부문, 수소 전송 및 분배를 통합하여 2030년까지 청정수소 기술의 대규모 배치를 지원하기 위해 창설되었다. ‘인베스트EU(InvestEU)’라는 전략적 유럽투자 창구를 통해 15개 회원국이 93억 달러에 달하는 수소계획에 참여토록 하였다. 특히 범유럽 수소 운송 인프라 계획을 담당하는 EHB(European Hydrogen Backbone)는 2030년까지 유럽 전역의 수소공급 회랑 구축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계획을 진행 중이다.
석유에너지 시대 이후의 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자원의 매장 지역이 아니라 기술력에 있다. 수소에너지 또한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에너지 생산, 관리, 저장, 보급 등 모든 분야의 기술혁신이 필요하며, 이와 동시에 단가를 낮추어야 한다. 유럽의 공동에너지 대응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소경제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