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파울러자유아메바(Naegleria fowleri)’ 감염이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됐습니다. 사망에 이르게 하는 이 아메바의 출현으로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26일 해외 체류 후 귀국한 뒤 뇌수막염 증상이 나타나 응급 이송된 환자의 검체에 대해 원인병원체 확인 검사를 한 결과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태국에 4개월 체류한 50대 남성 A씨는 10일 귀국 당일부터 두통 등 증상이 시작돼 11일 응급실로 이송됐고 21일 사망했습니다.
질병청에 따르면, A씨의 검체에 대해 아메바성 뇌염 원인병원체인 세 종류의 아메바 원충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수행한 결과, 기존에 해외에서 보고된 뇌수막염환자에게서 나온 파울러자유아메바 유전자 서열과 99.6% 일치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전 세계에 분포하며 주로 따뜻한 호수나 강, 온천 등 민물과 토양에서 발견됩니다. 주로 수영할 때 코를 통해 들어가 후각 신경을 따라 뇌까지 침투해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Primary amoebic meningoencephalitis, PAM)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함께 종교적인 목적 또는 비염 치료에 많이 사용하는 코 세척기에서 아메바에 오염된 물을 사용해 감염된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파울러자유아메바 뇌수막염의 초기 증상은 두통과 발열 등으로 감기와 유사해 증상만으로 질병을 알아채기는 쉽지 않습니다. 심한 두통과 발열, 구토, 목이 뻣뻣한 증상이 발생하다 경부경직, 혼수 등의 상태로 악화돼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잠복기는 짧게는 2~3일에서 길게는 7~15일 가량입니다.
지난 1937년 미국 버지니아에서 세계 최초 사례로 확인됐고 2018년까지 381건이 보고됐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962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내 감염자 151명 중 4명만 생존해 치사율이 97%를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감염 사례 자체는 드물지만, 감염 후 증상 진행이 빠르고 치명적입니다. 다만, 사람 간 전파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은 감염 시 치명률이 높지만, 감염의 발생빈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용태순 연세대 의대 열대의학교실 교수는 “아메바는 기생생활을 하거나, 자유생활을 하는데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사람을 감염시키거나 기생하려는 아메바는 아니다”라면서 “우연히 코를 통해 들어가게 됐을 때는 위험하다. 코 속 점막을 통해 뇌로 들어가게 되면 사실상 100% 가까이 사망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파울러자유아메바 발생이 보고된 지역을 여행할 때 수영 및 레저 활동을 삼가야 한다. 그 이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다”며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은 노인이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만 감염되는 게 아니다. 건장한 사람도 충분히 감염될 수 있다. 만에 하나 예방을 위해서라면 수영 뒤 흐르는 물로 샤워하고 코를 깨끗이 세척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신호준 아주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은 “예방약도 아직 없다. 전 세계적으로 추운 지방을 제외하고는 파울러자유아메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라며 “지금까지 380여 건이 보고됐지만, 더 많은 감염 사례가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 물에 접촉한 뒤 감기 증상이 있다면 감염내과 전문의를 찾아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방역당국에서도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파울러자유아메바 발생이 보고된 지역을 여행할 때 수영 및 레저 활동을 삼가고,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등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