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이어 아세안 지역까지…이재용 회장, 위기 속 ‘신년 글로벌 행보’ 박차

입력 2022-12-2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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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 내년 1월 중순까지 장기 출장 가능성
베트남 이어 말레이ㆍ인니 등 출장 후보지 유력
삼성SDI 말레이시아 공장 살피며 미래 사업 구상
기술 경영 행보 및 글로벌 네트워크 다지기 가속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전자 법인(SEV)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전자 법인(SEV)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새해를 앞두고 위기 극복을 위한 글로벌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침체로 반도체, 스마트폰, TV 등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 전망이 안갯속인 가운데, 아세안 지역을 잇달아 찾으며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올 연말 법정 휴정일을 맞아 장기 출장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주 베트남을 방문한 데 이어 싱가포르를 거쳐 말레이시아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회장은 매주 목요일 삼성물산ㆍ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재판에 참석하고 있는데 전국 법원이 내년 1월 6일까지 2주간 휴정기에 들어가 일정에 여유가 생겼다.

지난주 이 회장이 베트남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한 이후 아직 귀국하지 않았다는 점과 삼성SDI 말레이시아 법인이 베트남 하노이와 인접해 있다는 점을 미뤄볼 때 다음 행선지로 말레이시아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이후 인도, 인도네시아 등의 지역도 출장 후보지로 거론된다.

앞서 이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첫 출장지로 중동 아랍에미리트를 찾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나섰다. 이와 함께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지역과 인도를 두루 살피는 것은 기존 공급망을 점검함과 동시에 위기 속 신년 글로벌 사업 구상을 펼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지난 10월 취임사를 갈음해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두루 살펴본 결과 절박했다”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7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집세(Oliver Zipse) BMW CEO 등 경영진과 만나 삼성SDI의 최첨단 'P5' 배터리셀이 적용된 BMW의 최신 전기차 '뉴 i7' 등을 살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7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집세(Oliver Zipse) BMW CEO 등 경영진과 만나 삼성SDI의 최첨단 'P5' 배터리셀이 적용된 BMW의 최신 전기차 '뉴 i7' 등을 살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 회장이 직접 배터리 부문을 챙기고 있는 데다 전기차 배터리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뉴삼성’을 가속하기 위한 실용적 행보 차원에서 삼성SDI 말레이시아 배터리 공장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이 회장은 인천 영종도에 있는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을 만났다. 이날 이 회장과 올리버 집세 회장은 BMW 최신 전기차에 채용되는 삼성SDI의 ‘P5 배터리’를 포함한 양사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현재 삼성SDI는 말레이시아에 1조7000억 원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 2공장을 건설 중이다. 지난 7월 착공에 들어갔으며 오는 2024년부터 생산에 돌입한다. 해당 공장에선 ‘2170’(지름 21mm 높이 70mm) 제품을 제조한다. 원통형 배터리는 표준화된 규격이 있어 대량 생산이 쉽고 생산 라인을 다른 생산 거점에 적용하기 편리하다.

스마트폰ㆍ가전ㆍTV 생산 공장이 있는 인도, 스마트폰 생산 공장이 있는 인도네시아도 이 회장이 방문할 가능성이 큰 후보지다.

베트남을 주요 생산 기지로 삼았던 삼성전자는 인도, 인도네시아, 중남미 등으로 스마트폰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해당 시장 선점에도 공을 들이는 중이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과 같은 신흥국에서 5G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서 5G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또 플래그십 모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인구 규모는 전 세계 2위(14억1700만 명), 4위(2억7550만 명)로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삼성전자가 고성장이 예상되는 신흥국들을 선점하면 위기 극복 역시 탄력을 얻을 수 있다.

▲23일 베트남 하노이시 THT 지구에 위치한 베트남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회장(사진 가운데)의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23일 베트남 하노이시 THT 지구에 위치한 베트남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회장(사진 가운데)의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한편 지난 22일(현지시간) 베트남 현지 공장을 점검한 이 회장은 다음 날 베트남 하노이 THT 지구에 있는 베트남 삼성 R&D센터 준공식에도 참석하는 등 ‘기술 경영 행보’를 펼치고 있다.

베트남 삼성 R&D센터는 삼성이 해외에 세우는 첫 R&D 센터이자 글로벌 기업이 베트남에 세운 최초의 대규모 종합 연구소다. 대지면적 1만1603㎡, 연면적 7만9511㎡로 지상 16층ㆍ지하 3층 규모로 건설됐다. 앞으로 2200여 명의 연구원이 이곳에 상주하며 △스마트 기기 △네트워크 기술 △소프트웨어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신성장 동력 찾기’와 함께 ‘글로벌 네트워크 쌓기’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내년 1월 16∼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이 다보스 포럼에 참석할 경우 전 세계 정ㆍ재계 주요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다지고 스위스 제약ㆍ바이오 업체 등을 둘러보며 투자 협력을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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