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른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될 것인가 하는 것이며, 둘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에 따른 식량, 에너지 위기 문제이다. 세 번째는 미국의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에 따른 반도체, 배터리 등 주요 산업의 재편과 우리 산업에 미치는 충격 문제이며, 마지막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미국 및 유럽의 정책과 대외적인 탄소세 부과 문제이다.
미국은 올해 9월 9.1%를 정점으로 인플레이션이 진정세를 보임에 따라 이전의 네 차례에 걸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마무리하고 이달 14일 빅스텝(0.5%포인트)으로 올려 현재 금리가 4.25~4.5% 수준에 있다. 내년 말 5.1%까지 전망치를 내놓은 걸로 보아 2023년 1%포인트 안팎의 추가적인 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300일째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서방 나토 회원국과 러-중-북-이란의 블록 간 대결 양상을 가시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사우디가 중국과 밀착하여 화웨이 통신장비의 도입, 팔레스타인 독립국화 찬성, 위안화 결제를 통한 ‘페트로 달러’ 위협 등을 추진함으로써 동맹관계의 새로운 장이 전개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세계무역기구(WTO) 다자간 협력체제를 통한 진정한 ‘세계화’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BYD가 미국에 배터리공장을, 지리자동차의 전기차 지커가 미국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등 중국기업들이 미국 정책에 변화를 보이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미국과 유럽이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국내적으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인프라 마련을, 대외적으로는 탄소세(미국은 탄소국경세, 유럽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도입을 각각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네 가지 리스크 요인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은 한국 금리의 추가적인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서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 시장 침체를 가속화할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은 동-서 동맹 간의 대결을 본격화하여 우리의 안보 위협을 가중시키는 한편, 기존의 시장을 재편하는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중국 배제 정책은 주요 소재의 중국 의존 탈피를 위한 대책과 함께 반도체, 부품 등의 중국시장 의존 탈피와 완제품 생산을 중국 이외의 곳으로 대체하기 위한 노력의 가속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유럽의 기후변화 대응조치들은 우리 기업의 이들 시장에 대한 수출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산업적으로는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요인으로 작용하는 이중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23년은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 주요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부동산 대출 부실화, 시장 침체로 이어지는 실물 충격의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금리로 인한 신용경색으로 기업의 투자 위축과 실업 위험이 큰 만큼 우리 기업들은 위험에 대비한 보수적인 축소경영 전략을, 가계는 빚 털기 전략을, 그리고 정부는 환율, 금리 등 거시변수의 안정과 시장 탈락자들에 대한 긴급구제를 위한 대책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