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 삼성·SK, 첨단 기술로 정면승부

입력 2022-12-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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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2나노급 차세대 D램 검증 마쳐
SK하이닉스, 인텔 협업해 최고속 D램 개발

▲삼성전자 12나노급 16Gb(기가비트) DDR5 D램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12나노급 16Gb(기가비트) DDR5 D램 (제공=삼성전자)

'반도체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은 등락이 있는 '사이클 산업'인 만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은 22일 경계현 사장 주재로 열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불황을 타개할 방안 중 하나로 기술 리더십 확보 전략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DS부문 글로벌 전략회의를 하루 앞둔 21일 업계 최선단 12나노급(5세대 10나노급) 공정으로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유전율(K)이 높은 신소재 적용으로 전하를 저장하는 커패시터의 용량을 높이고 회로 특성 개선을 위한 혁신적인 설계 등을 통해 업계 최선단의 공정을 완성했다. 멀티레이어 EUV(극자외선) 기술을 활용해 업계 최고 수준의 집적도로 개발됐다. 12나노급 D램은 이전 세대 제품 대비 생산성이 약 20% 향상됐다.

DDR5 규격의 이번 제품은 최대 동작속도 7.2Gbps를 지원한다. 1초에 30GB 용량의 UHD 영화 2편을 처리할 수 있는 속도이다.

이 제품은 이전 세대 제품보다 소비 전력이 약 23%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기후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들에 최상의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성능과 전력 효율 개선을 통해 12나노급 D램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2023년부터 데이터센터ㆍ인공지능ㆍ차세대 컴퓨팅 등 다양한 응용처에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업계는 삼성전자가 해당 D램에 대해 AMD와 함께 호환성 검증까지 마쳤다고 밝힌 점에 주목했다. 업계 관계자는 "호환성 검증은 납품 전 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인 만큼 조만간 AMD에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개발한 DDR5는 글로벌 기업들이 출시를 예고한 차세대 서버용 CPU(중앙정보처리장치)에 탑재되는 만큼 메모리반도체 부진을 극복할 미래 먹거리로 불린다.

AMD는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서버용 CPU인 ‘4세대 에픽’을 지난달 공개했다. AMD의 서버용 CPU가 출시한 다음 인텔도 내년 1월 서버용 CPU ‘사파이어래피즈’를 선보인다. 구글, 아마존, 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대형 데이터센터 업체)에서 서버용 CPU에 대한 교체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DDR5 MCR DIMM (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DDR5 MCR DIMM (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속 서버용 D램 제품인 ‘DDR5 MCR DIMM’ 샘플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동작 속도가 초당 8Gb 이상으로 초당 4.8Gb인 서버용 DDR5보다 속도가 80% 넘게 빨라졌다.

SK하이닉스는 DDR5의 동작 속도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그동안 DDR5의 속도는 D램 단품의 동작 속도에 좌우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제품에서는 D램 단품이 아닌 모듈을 통해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됐다.

SK하이닉스 기술진은 MCR DIMM에 탑재한 데이터 버퍼(신호 전달 성능 최적화 부품)를 사용해 D램 모듈의 기본 동작 단위인 랭크(데이터 전송 묶음 단위) 2개가 동시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보통의 D램 모듈에서는 1개의 랭크에서 한번에 64바이트(Byte)의 데이터가 CPU에 전송되지만 MCR DIMM에서는 2개의 랭크가 동시 동작해 128바이트가 CPU에 전송된다. 이처럼 모듈에서 CPU로 가는 회당 데이터 전송량을 늘림으로써 SK하이닉스는 D램 단품보다 2배 가까이 빠른 8Gbps 이상의 속도를 구현해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텔, 일본 르네사스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에 성공하는 등 판로도 확보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부터 DDR5 MCR DIMM를 양산할 계획이다.

MCR DIMM 개발을 진두지휘한 김홍배 PL(DRAM상품기획)은 “서버용 D램은 데이터가 더 빠르고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서버용 D램이야말로 디지털을 구축하는 핵심 인프라”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IT 시장 발달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첨단 반도체 제품들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부진한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전체 D램 생산 중 내년 DDR5의 점유율은 20.1%로 DDR4를 역전하고, 오는 2025년에 40.5%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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