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에 건물 무단 신축해도…대법 “재물손괴죄는 아냐”

입력 2022-12-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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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소유한 토지에 무단으로 건물을 신축했더라도 ‘재물손괴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59)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의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밭 2343㎡(약 708평)의 일부를 실질적으로 점유한 사람이다. 이 땅의 소유주는 B 씨 등 20여 명이었지만 A 씨는 지분이 없고 사실혼 배우자만이 지분권을 갖고 있었다.

A 씨는 이 땅에 건물을 올렸다가 소송 끝에 철거당했는데, 이후 재차 같은 자리에 새 건물을 지었다. 이에 검찰은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해 A 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 씨에게 재물손괴 혐의의 유죄를 인정,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무죄로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판단 역시 무죄였다. 토지 소유자로선 A 씨의 무단 건축으로 땅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됐을 뿐 땅의 효용 자체가 침해된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범죄 행위자가 남의 재물을 마치 자기 소유물인 것처럼 이용‧처분할 의사를 보이는 ‘불법 영득 의사’가 있는 절도‧강도‧사기‧공갈‧횡령죄와 달리 재물손괴는 이런 불법 영득 의사 없이 다른 사람의 재물을 부수거나 숨기는 등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다.

A 씨는 타인 소유물을 본래 용도에 따라 무단 사용한 것이므로 재물손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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