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펀드 사태’ 핵심 인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재판 도중 도주한 가운데, 법무부가 처벌을 피하고자 해외로 도피한 피고인에 대해 시효를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는 재판 중인 피고인에는 별도 규정이 없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21일 법무부는 ‘재판 중인 피고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25년의 재판시효가 정지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행법은 수사를 받고 있거나 형(재판)이 확정된 범인에 대해서는 해외로 도피할 경우 공소시효나 형 집행시효가 정지돼 처벌을 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을 받는 피고인의 경우 해외로 도피하더라도 시효가 정지된다는 규정이 없어, 재판 중 장기간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에 대한 처벌에 공백이 있어 왔다.
실제로 대법원은 1997년 5억6000만 원 상당의 사기 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국외로 출국해 재판이 확정되지 못하자, 올해 9월 그의 재판시효(15년)가 완성됐다고 보고 면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시효는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15년에서 25년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재판 중 국외 도피’ 시 아무런 제한 없이 시효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형소법 개정으로 수사나 형 집행 단계 시효정지 제도의 불균형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자자에 1조6000억 원대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 라임 사태 핵심 피고인인 김 전 회장은 보석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던 중 도주해 논란이 커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도주하기 약 보름 전 내부자 진술을 토대로 김 전 회장의 중국 밀항 준비 정황을 포착해 보석 취소 신청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도주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고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나간 것이 확인되면 시효가 정지돼 신병확보 후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범죄자들이 아무리 오래 해외에 도피하더라도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의 공백을 메우는 취지”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내년 1월 30일까지 입법예고 기간 해당 법안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