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삼전, 12월 개인 순매수 1·3위…수익률은 마이너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담은 반도체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반도체 시장의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주가가 더 내려갈지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지 방향을 잡기 쉽지 않아서다.
마이크론은 21일 회계연도 2023년 1분기(2022년 9~11월) 실적을 발표한다. 도이치뱅크는 “반도체 수요가 악화하는 가운데 공급 초과 현상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마이크론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조정하고, 목표주가도 60달러에서 55달러로 낮췄다. 4분기 메모리 수요는 예상을 하회하고, 급격히 늘어난 재고로 내년 1분기 메모리 가격 낙폭은 예상보다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마이크론 등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들 기업은 이미 선제적으로 상당한 강도로 실적 경고를 내놓은 바가 있어 희망적인 얘기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12월 들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위와 3위는 각각 SK하이닉스(4000억 원)와 삼성전자(2260억 원)였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률은 -7.1%, 삼성전자는 -4.3%다. 올해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도 삼성전자(15조7410억 원)였고, SK하이닉스(1조6460억 원)는 순매수 5위에 올랐다. 수익률은 삼성전자 -24%, SK하이닉스 -39.7%다. 주가 바닥을 다졌다고 생각하고 들어왔지만, 하락세가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주가 하방 압력은 여전하다. 고금리, 경기침체 우려 속에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악화 우려가 심각한 탓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46% 감소한 4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전망은 더 암울하다.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30% 급감한 33조 원대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도 올해 33% 감소한 8조 원대, 내년은 -1조3600억 원으로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실적 악화 우려에 목표주가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는 한 달 전 12만 원대에서 11만 원대로 내려왔다. 한 달 새 목표주가는 3% 낮아졌는데, 실제 주가는 14% 떨어졌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7만6000원대로 변동이 없지만, 주가는 5% 하락했다.
향후 주가 움직임의 변수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이 될 전망이다. 메모리 업체는 재고를 줄이기 위해 설비투자를 삭감하고 감산에 돌입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10월 초 “인위적인 감산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동안 삼성은 반도체 시장의 수요·공급을 왜곡할 수 있다며 인위적인 감산 등의 결정을 일절 하지 않아 왔다. 삼성전자는 22일 DS(반도체)부문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감산 없이 수익성 하락을 방어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산’ 결정이 없다면 삼성전자 메모리 부문 역시 내년 2분기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며 “4분기 실적발표에서 감산 계획은 없다던 기존 입장을 고수할지 관심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3위 업체와 원가 차이가 크지 않은 D램의 경우 치킨 게임 실익이 없고, 미국과 일본,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지원하는 구도에서 경쟁사 퇴출 가능성 역시 제한적”이라며 “4분기 삼성전자 실적발표에서 감산 참여 여부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주가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메모리 재고 소진은 2024년으로 넘어갈 듯하고, 내년 하반기 반등에 대한 리스크는 크다”라며 “경쟁사와 같이 적극적인 가동률 조정은 혹시 발생 가능한 미래의 리턴을 포기하는 것일 수 있지만, 투자가들에게는 가장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