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까지 영업이익 3.9% 늘 때 이자비용 20.3% 늘어
영업이익이 부채·이자 증가 속도 못 따라가
상환유예 종료 앞두고 흑자도산 기업 늘 우려
대출 원금·이자 상환유예 종료를 앞두고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흑자도산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영업이익이 실현되고 있지만 1년 새 치솟은 금리로 인해 이자비용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한국평가데이터(KoDATA)와 함께 674개 중소제조 상장사의 분기별 부채 상황을 분석하고, 대한상의 소통플랫폼과 지역상의 등을 통해 정부 상환유예제도에 대한 기업애로를 조사한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중소제조 상장사의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9%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20.3% 급증했고 총부채 역시 10.4% 늘었다. 대한상의는 중소기업들이 흑자는 실현하고 있지만 이자와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이 같은 상황에서 대출 상환유예가 종료되면 기업들이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연장 및 원금·이자 상환유예’ 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동안 정부는 4차례 종료를 연장해왔으나 금융시장 부실을 우려해 내년 9월에는 종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한상의는 “96건의 기업애로 사례를 분석한 결과 상환유예가 종료돼도 이자와 원금을 못 갚을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상환유예를 신청한 기업들은 내년 3월까지는 금융기관과 향후 상환계획을 협의해야 한다. 그때까지 경기가 회복되지 않아 이자나 원금 상환이 힘든 기업들은 채무조정을 받아 부실기업 낙인이 찍히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된 이후에 채무 조정절차 신청에는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감면·분할상환 등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채무조정 대상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워지는 등 금융 활동에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스스로 채무조정을 선택할 유인이 낮다는 게 대한상의의 설명이다.
대한상의는 그동안 꾸준히 부채를 상환해왔으나 최근 급격한 유동성 악화에 빠져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있었다고도 지적했다. 지금까지 만기 연장이나 상환유예를 이용하지 않은 기업은 지난 9월 연장된 정부 조치의 적용 대상도 아니어서 정책지원을 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대한상의가 조사한 사례에 따르면 충남에 있는 중소 식품제조업체 A사는 코로나19 시기에도 상환유예를 신청하는 것보다 꾸준히 이자를 갚는 게 낫다고 판단해 지원을 신청하지 않았다. 최근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은행에 문의하니 현행 제도는 기존 지원을 연장하는 개념이라 신규 신청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대한상의는 만기 연장이나 상환유예 조치를 통해 당장 고비를 넘겼더라도 고금리 때문에 실질적인 부채상환 부담이 커진 기업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당국의 지원 대상 갱신 시 현재 재무상태 및 상환능력을 바탕으로 금리를 산정하기 때문에 이미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중소기업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상의는 내년 상반기에 기업들이 최악의 자금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했다. 금리인상 효과는 통상적으로 6개월~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7월과 10월 두 차례 금리를 0.5%포인트씩 올리는 빅스텝을 밟았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상환유예 지원이 장기간 지속해온 만큼 경기가 살아나고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충분한 대응 시간을 주고, 기술력과 복원력을 갖춘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권의 자율적 원리금 유예나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을 통한 저금리 대환 대출 등 다양한 연착륙 지원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