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찬의 세금과 사회] 어느 때보다 명백해지는 종합부동산세의 존재 근거

입력 2022-12-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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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찬, 홍익대 교수, 포용재정포럼 회장

윤석열 정부와 기획재정부는 종합부동산세의 기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야당의 반발이 강했다. 그러자 정부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 없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시행령을 통하여 60%로 낮추었고 공시가격도 현실화 수준을 더 낮추는 방향으로 후퇴시키려고 한다. 시민사회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의 하향조정을 위헌적 행위로 비판하고 있다. 이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에 대하여 여야 간의 합의가 되어가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합의되는 내용이 종부세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정도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한동안 종부세로 인한 납세자들의 부담이 조명되었다.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은 대부분 새롭게 종부세 납세자가 되거나 세액이 급등한 사람들, 그리고 자산에 비하여 소득이 취약한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에 관한 것이다. 부동산가격이 급등하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들이나 세금에 대한 놀라움과 낭패감은 개인들에게 별도의 사안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기재부는 종부세 1주택 과세자 절반이 저소득층이라고 했다. 기재부의 저소득층 기준의 잣대가 자의적인 것도 문제지만 보유세를 왜 소득수준에 비추어 판단해야 하는지 설명이 부족하다. 통상 소득세를 부과할 때 납세자의 소득수준만으로 판단할 뿐 그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수준이 높은지 낮은지 고려하지 않는다. 소득 그 자체로 그 사람의 경제적 능력을 판단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세부담을 부과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종부세가 부과되는 납세자는 소득이 없어도 자산만으로 충분하게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판단될 수 있는 고가 부동산의 소유자이다. 종부세의 부과기준이 그렇게 설정되어 있다. 소득과 자산은 서로 독립적인 경제적인 능력의 지표인 것이다.

기재부는 물론 고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도 소득은 취약하므로 자산을 처분하지 않는 이상 종부세의 납부가 어려운 납세자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납세자들의 어려움도 정부가 인지해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을 놓쳐서는 안된다. 저소득자들이 종부세가 부과되는 고가 부동산을 쥐고 있는 것은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자산이 부동산에 쏠려 있다는 반증이다. 이 쏠림 현상이 가져오는 금융리스크가 국가 전체의 경제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다. 경제전문가 10명 중 6명이 1년 내에 국내에 금융시스템 위기 가능성 있다고 진단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부동산으로의 쏠림 현상이 위기의 본질인데, 이것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가계부채를 통하여 금융위기로 발전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원이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낮은 부동산에 묶이게 되어 국가의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하게 된다.

종부세는 금융위기 발생의 사회적 비용을 개인들의 부동산 보유 행태에 반영하도록 하는 기제이며,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은 그 필요성을 다른 어떤 시기보다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재앙을 피하기 위해 화석에너지 소비에 부과하는 세금의 수준을 자동차, 제철, 화학산업에 부담이 가지 않는 범주 내에서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부담이 해당 산업이나 시민들에게 고통스럽더라도 경제사회 전체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야 하는 것처럼, 부동산으로의 자산 쏠림 현상으로 인하여 금융시스템 위기와 장기적 성장에 비효율이 초래된다면 종부세는 개인들에게 일정 수준 고통을 제공하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적절한 행태변화를 유도하기 어렵다.

우리가 그 체제 내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시장경제의 현실적 얼굴을 잘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은 물론 경제번영의 도구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번영의 수단은 한계와 맹점을 가진 도구이기에 상황에 맞는 창의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국가와 시장의 팽팽한 긴장 관계는 유지되어야 한다. 시장에서 단기적 이윤추구에 목마른 기업들의 요구에 휘둘리기만 하면, 국가가 적절한 수단으로서 개인이나 기업들의 이윤추구가 경제 전체의 지속적인 발전에 부응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지도록 틀을 잡아주지 못하면, 시장은 우리에게 위기와 재앙이라는 의외의 얼굴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부는 이익집단의 로비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이것을 할 수 있느냐가 민주주의 운영의 현실적 문제이며 본질이고 한 나라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의 가격안정이 부동산의 공급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사실은 이제는 명백하다. 주택에 대한 높은 수요는 봄날에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미분양이 문제가 되었다. 대출규제는 부동산으로의 자산 쏠림 현상을 억제할 수 있는 좋은 정책수단이다. 그러나 미분양이 문제가 되는 시기에는 부동산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정부로서는 대출규제를 마냥 죄고 있기 어렵다. 12월 15일 정부는 다주택 임대업자에게도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대출규제는 또한 소득과 자산이 충분한 이들에게 유리하기에 결국 자산불평등을 강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한다. 결국 종부세를 대체할 정책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종부세는 개인들이 자신의 자산과 소득수준을 감안하여 적절한 수준의 부동산을 선택하도록 유인한다.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는 부동산에 대하여 세금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니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를 완전하게 빼앗는 것도 아니다. 이제 다시는 국민들을 부동산 광풍에 휘말리게 하지 말자. 젊은이들에게 ‘영끌’을 경험시키지 말자. 제발 종부세를 현재대로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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