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프로야구 통합 우승 경사도 잠시…‘SSG랜더스’에 무슨 일이

입력 2022-12-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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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연합뉴스)

“용진이형 사랑해” “여러분께 영광 돌리겠다”

사랑 고백이 난무했던 한 달 전. 무한 믿음을 보여줬던 이 관계에 금이 가고 말았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단어 ‘비선 실세’의 등장 때문이죠.

창단 2년 만의 우승, 그때는 행복했다

SSG 랜더스는 지난달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끝난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6차전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4-3으로 꺾고 한국시리즈 정상을 정복했습니다.

SSG라는 간판으로는 창단 2년 만에 처음으로, 그리고 전신 SK와이번스 시절을 합치면 통산 5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죠.

우승 직후 눈물을 보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구단주)은 팬을 바라보며 “여러분 덕분에 이 자리에 섰다. KBO 정규리그 14개 개인상 중에 수상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우승팀”이라며 “하지만 여러분 우리 1등이 있다. 인천 문학구장 홈 관중 동원력 1위. 여러분이 이긴 겁니다”라고 팬들에게 연신 감사를 표했는데요.

그러면서 “여러분의 성원과 우리 선수들의 투혼, 열정 그 모든 것이 오늘의 우리를 이루었다. 오늘 승리의 짜릿함, 이 모든 영광 여러분께 돌리겠다”고 팬들의 환호에 답했습니다.

팬들 또한 창단 2년 만에 SSG를 정상에 올린 정 부회장에게 “고마워!”, “용진이형 사랑해!”, “계속 함께하자”며 넘치는 사랑을 고백했죠.

SSG 우승에 한 턱 쏜 정용진

팬들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 정 부회장은 ‘대박 이벤트’를 열었는데요. 바로 SSG랜더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한 대규모 ‘쓱세일’ 행사였습니다. 정 부회장의 야구에 대한 애정을 이미 몸소 느낀 소비자들과 팬은 엄청난 할인행사가 될 거란 생각에 들떴는데요. 네, 역시나 대박이었죠.

▲(이투데이 DB)
▲(이투데이 DB)

‘쓱세일’ 행사는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신세계그룹의 온·오프라인 계열사 19곳이 참여했는데요. 이 중 가장 관심이 뜨거웠던 건 이마트 행사였습니다. 이마트는 인기 카테고리 전 품목 1+1과 최대 50% 할인 등 연중 최대 규모의 할인 혜택을 선보였는데요.

행사 당일 이마트는 계산대로 이동하는 줄이 너무 길어 한 시간을 대기하는 사태가 일어나는가 하면, 고객들이 밀집하면서 안전사고가 우려돼 일시 휴점하는 일까지 벌어졌죠.

정 부회장은 이런 성원에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고생한 직원들도 챙겼는데요. 한국노총 소속 전국이마트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마트는 노조와 진행한 임금협상에서 2만6000여 명의 전 직원에게 10만 원짜리 모바일 상품권이 지급됐습니다.

세일 기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 목표치를 140% 초과 달성했는데요. 노조는 “10만 원보다 그룹의 지주회사 격이며 각종 투자를 가능하게 한 이마트 사원들을 정 부회장이 행여나 잊지는 않았는지 알고 싶었다”며 “그룹 내에서 이마트에만 (상품권을) 지급한다는 것은 10만 원보다 더 큰 의미로 사원들에게 다가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더할 나위 없는 사랑과 감사, 행복과 성원이 뒤엉킨 훈훈함 그 자체였는데요. 이 훈훈함이 싸늘함으로 바뀐 건 한순간이었죠.

갑작스러운 단장 사임, 등장한 ‘비선 실세’

분노의 시작은 SSG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류선규 단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이었습니다. 팀을 정상으로 올려놓은 ‘우승 단장’의 행보라 하기엔 의문스러운 상황이었죠.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뉴시스)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뉴시스)

야구계 안팎에서 류 단장 사임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김성용 퓨처스 R&D 센터장이 신임 단장으로 선임됐습니다.

구단은 김 단장에 대해 “올 시즌 퓨처스팀을 총괄하며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정립을 통해 SSG가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했다”고 평가하며 “선수단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선수 중심의 사고, 선수 주도 성장, 선수별 맞춤형 육성 전략을 통해 1군 선수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립, 올해 SSG가 우승하는 데 이바지한 점도 높게 봤다”고 설명했는데요.

팬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팬들 사이에선 정 부회장과 친분이 있는 이들의 의견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하며 벌어진 일이라는 소문이 퍼졌는데요. 이에 ‘비선 실세’로 만들어진 자리라는 이야기가 가득했죠.

이에 SSG랜더스는 14일 입장문을 통해 “구단은 정상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의견 수렴을 거쳐 미래를 위한 적임자를 선임했다”며 “그렇기에 일부에서 제기하는 ‘비선 실세’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며 해당 의혹을 부인했는데요.

그러면서 “일부에서 (비선으로) 거론하는 분 또한 자문해 주는 한 분일 뿐 구단 인사나 운영에 관여할 어떤 위치에도 없다”고 덧붙였죠.

하지만 의혹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SSG랜더스 팬들은 구단주 정 부회장의 개인 인스타그램으로 몰려갔는데요. “20년간 팀에 헌신한 류 단장님이 왜 나가야 하나요?”, “비선 실세 때문에 우승 단장을 갈아치워야 합니까?”, “구단주는 구단주일 뿐입니다”, “멋대로 야구단 주무르지 마세요”등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죠.

격한 감정 쏟아내는 구단주와 팬들

문제는 정 부회장도 참지 못했다는 겁니다. 정 부회장은 “개인적인 공간임. 소통이라고 착각하지 말기를 바람”이라고 글을 올리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습니다. 이 같은 대응에 논란이 일자 정 부회장은 해당 글을 삭제한 뒤 한때 댓글을 적을 수 없도록 차단하기도 했는데요.

이후 정 부회장은 프로필 사진 옆 글로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소통이 아님. ~이 아님을 증명하라! 주장하는 사람이 ~임을 증명해야 하는 것. 증명하기 전까지는 상대의 말을 믿는 것. 나도 지금 그러는 중”이라는 글을 다시 올렸습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팬들 또한 멈추지 않았습니다. SSG의 일부 팬들은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트럭 시위를 시작했는데요. 트럭 2대에는 ‘인천 야구에 비선 실세 필요 없다. 신세계 인맥 야구 아웃’, ‘베테랑 단장 내쫓고 비선 실세 바지 단장 앉히는 정용진 구단주’, ‘구단 몰래 선수 영입 시도하는 비선 실세’라는 분노를 담은 문구들이 적혔죠.

어쩌다 이 지경까지…

양쪽 다 멈추지 않는 ‘격한 대응’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팬들은 강한 의문을 갖고 ‘진실을 공개하라’며 요구하고, 구단주는 ‘의혹을 주장하는 쪽에서 증명하라’고 반박을 이어가는 현재. 한때 사랑을 외쳤던 이들의 깊어진 ‘감정의 골’, 과연 메꿔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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