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미끼상품 내놨다 "앗 실수?"...대책없는 지역농협들

입력 2022-12-1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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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주농협 8.2% 고금리 적금에 9000억 원 몰려...'파산위기' 계약해지 요청
남해축산농협, 합천농협 등 지역농협 금융상품 피해 잇따라
비대면 계좌 차단 안하거나, 온라인 판매 등 직원 실수...소비자 피해로 이어져

그냥 실수라고 하면 그만인가요?

최근 지역농협들이 고금리 특판상품 내놨다가 거액의 자금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계약 해지를 요청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지역농협은 연일 호소문을 내놓고 있지만, 사후 대처에는 미흡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소비자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16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동경주농협, 남해축산농협, 합천농협 등 지역 농협들을 중심으로 금융상품 판매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동경주농협은 지난달 25일 비대면으로 연 8.2% 금리의 적금을 특판한 결과 9000억 원이 몰렸다. 애초 100억 원 정도 목표를 세웠으나 비대면 계좌 개설을 차단하지 못하면서 자금이 한 꺼번에 몰린 것이다.

해당 특판 상품에 따른 1년 이자 비용은 수백억 원에 달한다. 동경주농협은 지난 9일부터 홈페이지 안내문을 통해 "자산 1670억 원의 소규모 농협인 동경주농협은 이자를 부담하기 어려워 자칫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면서 "상품 가입을 해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15일까지 해지된 금액은 약 4100억 원에 그쳤다. 동경주농협은 15일까지 해지하면 기간을 따져 당초 가입약정이율을 적용해 지급하겠다며 해지를 다시금 호소했다.

동경주농협은 추가 공지를 통해 "다음 달 경영 부실 농협으로 수시 공시 사유가 예상되고 이로 인해 파산되면 고객의 예금 손실이 우려되는 만큼 간곡히 해지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동경주농협 뿐 만이 아니다. 지난 1일 경남 남해군의 남해축산농협은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연 10.25%짜리 특판 적금 10억 원을 판매했다. 그러나 직원 실수로 새벽 시간에 온라인에서 상품이 판매되면서 14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조합 측은 일주일 만에 가입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적금 해지를 요청했다.

합천농협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 5일 합천농협은 최고금리 연 9.7%의 특판 적금을 출시했는데 최대 가입 금액 제한이 없었고 다수 계좌를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어 약 1000억 원이 몰렸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농협들은 수천억 원의 예수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할 수 없는 영세한 규모의 조합에서 금융상품 판매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 적금 해지를 종용하는 것 자체가 소비자 피해를 야기 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고객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강제로 적금을 해지 당하면서 이자를 제대로 지급 받지 못한 것이다. 합천과 남해 농협은 중도해지이율 0.1%만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고객들은 "은행이 힘들다고 해 좋은 마음으로 해지를 해줬는데 최소한 입출금통장 금리(1.5%)라도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 상품에 가입하느라 다른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데 배려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은 "해지한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20일 제한에 걸려 다른 상품에 가입도 못하고 있다"면서 "중앙회 차원에서 손실 보상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은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의 상호 금융권 중앙회 수신 담당자들과 ‘고금리 특판 내부통제 현황점검 간담회’를 가진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상호금융권 중앙회는 지역 조합의 자율성은 보장하면서도 고금리 특판 관련 내부통제 강화를 약속했다. 조합이 일정 금리 이상의 예·적금을 판매할 경우 사전에 '특판관리시스템'에 등록하고 중앙회가 이를 점검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상호금융권이 약속한 특판관리시스템 개선이 이달 중 완료되면 내년 1월 중 중앙회 시스템이 적절히 작동하고 있는지 현장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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