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 경제에 대해 7개월 연속으로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내수 회복 속도가 점차 완만해지고 있는 데다가 수출과 경제 심리 부진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기획재정부는 16일 발간한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회복 속도가 점차 완만해지고 수출 및 경제 심리 부진이 이어지는 등 경기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6월부터 7개월 연속으로 그린북에서 '경기 둔화 우려'라는 표현을 썼다. 경기 불확실성 확대나 회복세 약화 등에 대한 우려에서 더 나아가 전반적인 경기가 꺾일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낸 것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수출회복세 약화'에서 '수출 부진'으로 수출 진단도 더 어두워졌다.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 중국 방역조치 완화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다소 완화됐으나,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러-우크라이나 전쟁 향방 등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물가 등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하면서 수출‧투자 등 민간중심 경제활력 제고 및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경제체질 개선 노력도 가속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소매판매 등 내수는 회복세를 이어갔지만, 전망은 어두워졌다. 3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1.7% 증가했고, 10월 소매판매는 내구재(-4.3%), 준내구재(-2.5%) 판매가 감소하면서 전월 대비 0.2% 줄었다. 11월 소매판매의 경우, 할인점 매출액 증가 등은 긍정적 요인으로, 백화점 매출액 및 카드 국내승인액 증가 폭 감소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기재부는 평가했다.
경제 심리도 부진을 이어갔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5로, 전월 대비 2.3포인트(p) 하락했다. 11월 전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실적)는 75로, 9월보다 2p 내려가는 등 기업 체감 경기도 나빠졌다. BSI는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집계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11월 전산업 BSI 전망도 74로, 전월 대비 2p 떨어졌다.
11월 소비자물가는 농축산물 가격의 큰 폭 하락과 석유류 가격의 안정세 지속 등의 영향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5.0% 상승했고, 전월 대비로는 0.1% 하락했다. 농·축·수산물은 채소 및 과일류의 전반적 수급 개선 등으로 안정세를 보이며 전년 같은 달 대비 가격 오름세가 큰 폭으로 축소됐다. 석유류도 중국 코로나 방역 강화 등 수요 감소로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이어가며 가격 오름폭이 둔화했다. 개인서비스도 11월 국내 여가 수요 비수기로 인해 외식제외 서비스 가격 상승 폭이 둔화되는 등 오름세가 둔화했다.
11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4.0% 감소한 519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품목별로는 15대 주요 수출품목 중 자동차, 석유제품 등 4개 품목이 증가했고, 지역별로는 9대 주요 수출지역 중 미국, 중동 등 4대 지역에서 늘었다. 선박을 제외한 일평균 수출은 감소했고. 원화 표시 수출도 감소로 전환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21억6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4.0% 감소했다. 소비재·원자재·자본재 수입 증가에 따라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2.7% 증가한 589억3000만 달러로 나타났고, 수출입차는 70억1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0월 경상수지(잠정)는 8억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상품수지는 무역수지 적자 확대로 인해 적자가 나타났고, 서비스수지는 운송수지 등을 중심으로 흑자를 시현했다. 소득수지는 해외투자 배당·이자소득 등을 중심으로 흑자가 이어졌다. 기재부는 "11월 경상수지의 경우, 무역적자 확대 등을 감안하면 10월보다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