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 집을 찾아가 모친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석준(26)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그에게 "사형에 처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질타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문광섭 부장판사)는 1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준에게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ㆍ장애인 관련 기관에 각 10년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1심은 "이 씨가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면서도 "사형은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임을 감안해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열린 공판에서 "원심 구형대로 형을 선고해주시길 바라며 피고인 항소를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무기징역은 감형될 가능성이 있어 사회 복귀가 가능하다"며 "피고인에게는 엄벌을 처함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석준 측은 보복 살인 의도가 없었다며 항변했다. 이 씨 변호인은 "피해자가 사과할 경우 그냥 돌아가려고 했다는 등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A 씨 어머니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며 “아직 20대의 젊은 나이로서 사회복귀를 차단하는 무기징역은 재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택배기사로 가장해 피해자의 주소에 침입해 특별한 이유도 없이 포악하고 잔혹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인했다"며 "초등학생 아들이 모친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그대로 보게 했다"며 지적했다.
이어 "사형이 집행이 안 돼 폐지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위해 사형선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면서도 "입법으로 해결해야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사형 선고를 하는 건 정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또 “무기징역이 선고된 수형인에 대해 가석방이 가능한지는 교정 당국에서 매우 엄격히 심사하고 있다"며 "따라서 형벌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석준은 지난해 12월 5일 함께 지내던 A 씨가 집에 돌아간다고 하자 A 씨를 폭행하고 협박, 성폭행했다. A 씨가 자신을 경찰에 신고하자 보복하려는 마음으로 흥신소를 통해 A 씨 주소를 알아냈고, 자택을 찾아가 A 씨 모친을 흉기로 살해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A 씨 동생도 중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