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1600cc 미만 자동차를 살 때는 지방개발채권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지자체와 2000만 원 미만 계약 시에도 채권 의무 매입이 면제된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역개발채권 및 도시철도채권 개선방안'을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14일 밝혔다.
지역개발채권과 도시철도채권은 자치단체에 자동차를 등록하거나, 인허가를 받거나, 자치단체와 공사·용역·물품 계약을 체결하려면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채권이다.
현재는 자동차를 구매하고 등록하려면 해당 자치단체의 조례에 따라 차량 가액의 최대 20% 이내에서 채권을 사야 한다. 채권은 5년 만기(서울 7년) 후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은 차량 구입 후 곧바로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할인 매도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2000만 원짜리 차량을 구매하면 차량가액의 9%인 163만 원의 채권을 의무적으로 매입한다. 이후 이를 즉시 채권시장에 매도하면 할인율 20%가 적용돼 130만 원만 돌려받는 셈이다.
하지만 내년 3월부터는 1000~1600cc 미만 비영업용 승용차를 신규·이전 등록할 때 채권 의무매입을 면제한다.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의 자동차 구매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매년 약 76만 명의 소형 자동차 구매자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전체 채권 의무매입 면제 규모는 5000억 원 수준으로, 할인매도 비용 등 국민 부담은 매년 약 8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 외에도 전북은 소형 화물차에 대해서도 채권 매입을 면제하고, 전북과 경북에서는 1600cc 이상, 2000cc 이상 자동차에 대해서도 채권 매입 요율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또 행안부와 지자체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자체와 2000만 원 미만의 공사·물품·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지역개발채권·도시철도채권의 의무매입을 면제한다.
현재 지자체와 공사·물품·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업체는 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계약금액의 일정 요율(계약금액의 최대 2.5%)만큼 채권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제도 개선을 통해 매년 약 40만 명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 의무매입 면제 규모는 총 800억 원 수준이며, 할인매도 비용 등 국민 부담은 매년 약 120억 원 감소할 전망이다.
전국 시·도는 이 같은 채권 매입 면제를 위해 내년 2월까지 시·도별 조례를 개정하고 3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각 시·도는 채권 의무매입 면제에 따라 지역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이 일부 감소하는 측면도 있지만, 국민 부담 경감 차원에서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자체들은 지역개발채권·도시철도채권의 이자율을 내년 1월부터 인상해 과도한 할인매도 부담과 이자 손실 등 국민 부담을 완화할 예정이다.
현재 채권 표면금리는 1.05%(서울 1%)로 한국은행 기준금리(3.25%)보다 훨씬 낮은 상황이다.
따라서 채권을 매입해 만기까지 보유하는 국민은 시중금리(4∼5%대)와 비교하면 상당한 이자 손실을 부담해야 하며, 낮은 표면금리로 인해 국민이 채권을 즉시 매도하는 경우에도 높은 할인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전국 시·도는 채권의 표면금리를 현재 1.05%(서울 1%)에서 2.5%로 일제히 인상하기로 했다.
채권 표면금리 인상으로 할인율이 서울은 20%에서 12%로, 타 시·도는 16%에서 10%로 낮아지면 국민의 즉시 매도할인 손실이 매년 약 28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최근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국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국민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며 "향후 추가적인 제도개선에 대해서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