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1주 단위의 최대 52시간 근로시간을 최대 69시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정부에 제안할 노동개혁 정책을 논의해온 전문가집단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이런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제시해서다.
연장근로 한도 단위기간을 현행 ‘주’에서 ‘월·분기·반기·연’으로 유연화하는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하 연구회)는 올해 7월 18일 발족 이후 약 5개월 걸쳐 논의 확정된 '노동시장 개혁방향' 권고문을 12일 발표했다.
권고문은 4차 산업혁명, 고령화 등이 초래한 변화에 대비하는 근로시간·임금체계 혁신 방안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인 이중구조 해결을 위한 과제를 담고 있다.
우선 연구회는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현행 '1주' 외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에 권고했다. 현행 주 52시간제는 일주일 기준 법정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 이뤄지는데 이중 연장근로시간을 산업‧업무 특수성과 근로자 선호 다양성을 반영해 월 단위 이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조정한 것이다.
단,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월 단위 이상으로 할 경우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는 등 근로자 건강권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바탕으로 하면 다른 주에 연장 근로를 덜한다는 전제 아래 주 69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또한 월 이상 관리단위가 길어져 초래될 수 있는 장시간 연속근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장근로시간의 총량을 비례적으로 감축할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분기 단위는 월(52시간) 단위 대비 90%(140시간), 반기 단위는 월 단위 대비 80%(250시간), 연 단위는 월 단위 대비 70%(440시간) 수준으로 연장근로시간 총량을 감축하도록 했다.
연구회는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월 단위 이상으로 할 경우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도입하고, 연장근로는 현행과 같이 개별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실시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아울러 노사 간 상호 협력 하에 근로자가 근로일, 출퇴근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현행 1개월 이내)을 전 업종에서 3개월 이내로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예측할 수 없는 생산, 인력 운영 등의 변동이 있는 경우 3개월 이내 주 52시간 준수를 예외해주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사전확정 요건을 현실화하고 사후 변경절차를 보완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현행 규정이 사전에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명시하도록 돼 있어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용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회는 또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시간으로 저축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연장근로 등을 휴가로 저축하는 경우 시간외근로에 지급하는 가산수당(할증임금ㆍ0.5배) 기준보다 높은 수준으로 적립하는 방안 모색 등을 통해 근로자의 저축계좌제 사용 유인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다른 노동시장 개혁 과제인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중소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계 구축 지원 △업종별 임금체계 개편 지원 △공정한 평가 및 보상 확산 지원 △60세 이상 계속 고용을 위한 임금체계 관련 제도 개편 모색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상생임금위원회 설치 등을 제안했다.
연구회는 "우리나라 많은 기업은 해가 바뀌면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를 주요 임금 결정 방식으로 활용한다"며 "이는 기업의 신규채용 기회를 제약하고, 중·고령 근로자들의 고용 유지에 부정적이며,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노사가 처한 상황에 맞춰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임금체계가 없는 많은 중소기업을 위해 임금체계 설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가 개혁과제와 관련해서는 △원·하청 간 이중구조 해소방안 모색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등 사각지대 해소방안 마련 △플랫폼 종사자 보호 검토 등을 제안했다.
고용노동부는 권고문에 담긴 과제들을 검토해 연내 혹은 내년 초에 입법 일정 등을 담은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권고문이 올해 6월 고용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아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간 개악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통과도 미지수다. 노동시장 개혁 방안 대부분이 법 개정 사항이어서 현재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국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