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려운 신약개발에 왜 뛰어들었냐고 묻는다면 임상의로서 암을 정복할 수 있는 치료제의 부재로 인해 늘 부족함과 아쉬움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최근 본지와 만난 오상철 헤지호그 대표(고대구로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암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후보물질을 만들 수 있겠다 싶어 2004년부터 연구하기 시작했고 2018년 ‘헤지호그’를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헤지호그(Hedgehog)는 암 환자에게서 암이 발생했을 때 증가하는 단백질 또는 유전자를 의미한다. 오 대표가 운영 중인 헤지호그는 기존 항암치료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헤지호그 신호전달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항암 효능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새로운 항체 및 저분자화합물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헤지호그는 다른 표적항암제와도 차이점이 있다. 표적항암제는 표적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암종에 따라 약제가 변경돼야 한다. 하지만 헤지호그의 약은 헤지호그 신호전달체계를 공격하기 때문에 다양한 암종에서 쓰일 수 있다.
헤지호그는 총 4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순차적으로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이중 ‘HH101’은 후보물질 개발을 완료하고 사람에게 쓸 수 있는 인간화 항체까지 개발에 성공했다. 동물실험을 통해 안정성과 유효성 등에 대해 검증하고 있는 단계이며, 독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데이터를 조금 더 쌓은 뒤 실제 환자들에게 투여할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오 대표는 “국내에 환자가 가장 많은 위암과 대장암을 시작으로 임상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며 “화학 항암제는 독성 때문에 치료를 실패하기도 한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헤지호그 신호전달체계를 공격한다면 약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해 항암제가 더 잘 들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바이오 벤처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신약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만들어도 사업화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은 분야”라며 “대부분 바이오 기업이 다 영세하니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부에서 반도체를 이어갈 산업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을 꼽고 있지만,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전 주기에 걸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중간중간 필요한 부분을 맞춤 지원해주는 생태계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며 “창업자 개개인의 역량과 네트워크만으로 신약 개발을 성공하기 어렵다. 세제 혜택·세금 감면 등의 지원도 없다면 살아남기 힘들다. 신약 개발 전까지는 수익이 나올 수가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바이오벤처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 대표는 “수많은 바이오벤처가 없어지거나 이름만 남아있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애를 키울 때도 혼자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보호해주고 스스로 생존할 수 있을 때까지는 지원한다. 바이오벤처와 같은 풀뿌리 기업은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와닿을 수 있을 정도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다린다”고 강조했다.
암 정복과 암환자에게 희망이 되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는 오 대표는 “헤지호그(hedgehog)의 본뜻은 고슴도치다. 고슴도치는 가시로 인해 여우나 사자한테 잡아먹히지 않고 오래 살아남는다”라며 “작지만, 강한 고슴도치와 같이 헤지호그를 운영해 신약개발에 성공하겠다. 암환자들에게 희망이 되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