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글로벌 긴축 장기화 우려에 방향을 못 잡고 눈치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대와 달리 더 강한 긴축을 오랫동안 끌고 갈 수 있다는 우려에 코스피 지수는 낙폭을 키우며 2400선 아래로 다시 주저 앉았다. 갈피를 못 잡는 증시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방향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연준은 14일(현지시간) 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다. 전날에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CPI 상승률 컨센서스(전망치)는 전월(7.7%)보다 둔화한 7.3%다.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월(6.3%)보다 둔화한 6.0%로 예상된다. CPI 상승률이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하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중립적일 수 있다.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명분도 충분해진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12월 FOMC에서의 기준금리가 50bp(bp=0.01%) 인상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양호한 흐름과 임금 오름세 등을 고려할 때 최종금리 수준은 종전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2월 빅스텝 단행 이후 2월 빅스텝을 이어가는 동시에 3월과 5월에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금리인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2월 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 수준이 4.75~5.0% 수준을 예상하는 확률이 49.5%로 추가 빅스텝을 높게 보고 있다”라며 “물론 3월 FOMC 회의에서 빅스텝을 의미하는 5.25~5.5% 정책금리 확률은 아직은 낮은 수준이지만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12월 FOMC 점도표에서 2023년 정책금리 목표치에 대한 중간값은 종전 4.6%에서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이며 최종금리 수준이 5%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최근 연준 인사들의 발언은 최종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금융시장의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는 “최종금리는 지난 9월 예상했던 것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일부 진전에도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다”라고 언급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억제에 성공하려면 2024년까지 5% 이상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연준의 강한 매파적 코멘트를 놓고 ‘시장의 과도한 기대에 따른 정책 효과 희석을 막으려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폭의 축소는 긴축 종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속도만 조절될 뿐 여전히 긴축을 지속하는 것이지만 시장은 이를 성급하게 긴축 종료로 받아들임으로써 이후 연준 긴축 조치들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고 연준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국내 증시는 긴축 완화 기대와 경기침체 우려가 엇갈리며 관망세를 보이다 CPI 발표와 FOMC 이후 방향을 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이 금리 정책과 경기 불확실성의 혼재 구간을 지나고 있지만 12월 FOMC 이후에는 동 불확실성이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12월 FOMC보다 CPI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PI는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벤트 리스크 측면에서 FOMC보다 예측 가능성이 더 낮기 때문이다. CPI는 최근 6개월간 4번(5, 6, 8, 9월)은 예상을 상회, 2번(7, 10월)은 예상을 밑돌면서 위든 아래든 컨센서스 예상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핵심 CPI가 전월 대비 상승률 기준 0.5% 이상을 기록할 경우, 최종금리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며 시장에 충격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반면, 시장 컨센서스인 0.3~0.4%에 부합하면 시장에 대체로 중립적 혹은 소폭의 안도랠리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0.2% 이하를 기록할 경우, 최종금리 하향조정·연준 피벗(pivot·정책전환) 기대가 강화되면서 주식시장의 상승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