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내부거래 매출비중 30% 넘으면 증여세 부과 정당”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132억 증여세’ 환급訴 패소 확정
대기업 계열사 간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에 증여세를 물리는 과세정책을 법원이 판결로써 뒷받침해주는 분위기가 굳어지고 있다.
셀트리온에 이어 STX까지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가 부당하다며 환급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냈지만 잇따라 패소했다. 대법원은 이들 두 사건에서 모두 “계열사가 내부거래로 얻은 매출액 비중이 30%를 넘으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조항은 과세형평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10일 대법원에 따르면 최근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강덕수 전 ㈜STX 회장이 서초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결정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 전 회장은 STX그룹 지주사인 ㈜STX 대주주로서 ㈜STX가 그 기업집단에 속하는 9개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까닭에 그룹 경영권을 갖고 있었다. 국세청은 2013년 11월 계열사 간 거래로 강 전 회장이 경제적 이익을 봤다며 약 27억 원에 이르는 증여세 부과를 결정했다.
상증세법 제45조의 3에 의하면 같은 그룹 계열사 간에 일정 비율을 초과하는 거래가 있으면 과세관청은 수혜법인 지배주주 등이 영업이익 중 일부를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한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증여를 막고자 2011년 신설됐다.
강 전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자회사들 사이 거래로 이익이 이전된다고 해도 아무런 증여 이익이 없다며 ‘자기 증여’에 해당하므로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여자와 수증자가 동일인일 경우 자기 증여로 증여세 부과가 면제되는데, 이 부분을 쟁점화한 셈이다.
하지만 1심은 “특수관계법인이 거래를 통해 손실을 입었다고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증여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강 전 회장 측은 상증세법이 헌법상 재산권 규정에 위배되고 ‘증여’ 개념과 서로 배치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까지 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재판부는 “지배주주 등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배당하거나 내부에 유보하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얻은 이익을 기초로 지배주주 등의 증여 이익을 계산하는 것이 입법 재량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심 법원과 대법원 역시 이 사건 처분이 과세형평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1심과 마찬가지 결론을 내리고 강 전 회장 측의 항소와 상고를 전부 기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혜법인(수증자) 지배주주가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증여자) 지배주주인 경우, 특수관계법인의 지배주주가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에게 증여한 것이 아니어서 자기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최초 판시가 이미 있었다”며 “이 판결은 그 법리에 따라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심을 확정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달 10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의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에 대한 인천 연수세무서 거부처분 취소를 청구한 상고심에서, “세무서의 경정청구 거부처분이 정당하다”고 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인천 연수세무서는 셀트리온이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내부거래로 이익을 거뒀다며 셀트리온그룹 오너인 서 회장에게 증여세 132억 원을 부과했다. 증여세 부과 당시 셀트리온 연간 매출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2 사업연도에 94.56%, 2013 사업연도는 98.65%에 달했다.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증여자(셀트리온)는 수혜법인(셀트리온헬스케어)에게 일감을 몰아준 특수관계법인으로, 수증자(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는 증여세 납부의무자인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으로 봐야 하는데 증여자인 특수관계법인은 그 주주와 구별되는 별개의 법적 주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수증자인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증여자와 수증자가 같다고 할 수 없으므로 ‘자기 증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법원은 증여자는 특수관계법인의 주주가 아닌 특수관계법인이라는 점을 명확히 설시하며,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자기 증여’로 볼 수 없다는 법리를 분명히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증여자인 특수관계법인은 그 주주와 구별되는 별개의 법적 주체이므로, 수증자인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증여자와 수증자가 같다고 할 수 없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