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 지워졌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직 개편에서 소부장국이 산업공급망정책국으로 바뀌었다. 국제 환경에 맞춰 소부장은 물론 공급망까지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관련 예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며 부실 예산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소부장 사업은 성과가 꾸준해 걱정이 없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6일 직제개정안 심의·의결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 내 소부장장비협력관을 산업공급망정책관으로 개편했다.
소부장장비협력관은 한시조직이었는데, 정규조직으로 전환하면서 소부장총괄과도 산업공급망정책과로 전환했다. 이번 개편 이유와 관련해 행안부는 "국정과제인 산업공급망 추진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편을 통해 문재인 정부 산업 정책의 상징이었던 '소부장'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소부장 특별법 개정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를 추가하는 등 소부장 지우기를 일찌감치 준비했었다.
이외에도 윤석열 정부는 취임 후 꾸준히 지난 정부 지우기를 진행 중이다. 신북방·신남방통상과는 각각 통상협력총괄과와 아주통상과로 바꿨고, 에너지전환과는 에너지정책과로 바꿨다. 기존 정부의 정책과 연관 있는 이름을 바꾼 것이다.
이번 개편도 지난 정부 지우기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름에서 소부장을 지웠을 뿐 세부 업무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소부장에 공급망을 더해 변화하는 국제 환경에 맞춘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산업부는 새 정부 소부장 정책을 발표하면서 소부장 핵심 기술 전략을 100개에서 150개로 늘리는 등 소부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이번 개편을 통해 오히려 소부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는 "이번 직제 개편이 지난 정부를 지우려는 의도가 담긴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부 소부장국 관계자도 "전반적으로 우리 국은 강화가 되는 것"이라며 "일을 더 많이 한다는 의미다. 축소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소부장에 공급망까지 더해지면서 관련 예산도 늘어나고 조직도 커질 전망이다. 관리해야 하는 사업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소부장 예산에 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소부장 예산은 연구·개발(R&D) 사업이 많아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또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예산이 많은데, 이미 수출 규제 우려가 꺼진 상황에서 예산만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여기에 공급망까지 더해지면, 예산 규모만 커지고 성과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내년도 예산안 중 소부장 경쟁력 강화 특별회계의 부대 의견으로 "일본 수출 규제 재발 조짐이 없음에도 지나친 예산 확대, 지원 품목 비공개, 성과검증 미비, 예비타당성 미실시로 인해 부실화 우려 등이 제기되고 있다"며 "계획의 재조정과 함께 지원 품목의 투명성 제고와 성과 측정을 통한 사업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소재부품기술개발 사업은 2019년 이후 선정된 연구·개발 과제가 현재 대규모로 수행 중"이라며 "지원과제 성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신규 과제에 대한 예산 투입 규모와 적정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성과 검증과 연계한 점진적인 예산 확대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소부장 사업이 문제가 있었다면 오히려 예산이 줄었을 거라며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소부장국 관계자는 "연말에 평가해보면 (소부장 사업은) 성과가 꾸준히, 상당히 많이 나온다. 다른 R&D에 비해서도 성과가 좋기 때문에 걱정은 없다"며 "성과가 쌓이는 게 폄하할 정도 수준도 아니다"라고 논란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