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낸드 부진 속…DDR5에 ‘승부수’
내년 1월 인텔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
메모리 업황 악화로 부진에 빠진 SK하이닉스가 DDR5 시장 개화를 앞두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업계 선점을 통해 적자인 실적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8일 세계 최고속 서버용 D램 제품 ‘DDR5 MCR DIMM’의 샘플 개발에 성공했다. 이 제품의 동작 속도는 초당 8Gb(기가비트) 이상으로, 초당 4.8Gb인 기존 서버용 DDR5보다 속도가 80% 이상 빠르다. 업계에서는 이 제품의 본격적인 양산이 2~3년 이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0년 10월 세계 최초로 DDR5 D램을 출시한 뒤, 이듬해 업계 최초로 24Gb(기가비트)의 DDR5 제품의 샘플을 출하했다. 지난 8월에는 DDR5 DRAM 기반 첫 CXL 메모리 샘플을 개발하며 확장성을 대폭 높인 데 이어, 10월에는 업계 최초로 DDR5 6400Mbps(1초당 100만 비트를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 전송속도를 나타내는 단위) 속도의 32GB(기가바이트) UDIMM, SODIMM을 개발해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DDR5 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최근 부진에 빠진 실적에 변곡점을 만들기 위해서다.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일 기준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은 -3097억 원으로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불황이 길어지면 SK하이닉스가 내년에는 조 단위 적자를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DDR5는 현재 범용으로 쓰이는 DDR4보다 가격이 20~30% 비싼 만큼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서 수익성이 높다. 업황 부진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고꾸라진 만큼, 업계가 새로 열리는 DDR5 D램 시장에서 수요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DDR 시장이 개화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인텔, AMD 업체들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출시다. 지난달 AMD가 DDR5를 지원하는 첫 CPU인 제노아를 출시하면서 관심이 쏠렸다. 관련 시장에서 9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인텔은 차세대 CPU인 ‘사파이어 래피즈(Sapphire Rapids)’를 내년 1월 중순께 출시하기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DDR5 D램 시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체에서 고객사의 신규 수요 발생이 DDR5 시장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 인텔의 사파이어 래피의 출시 일정을 기다려왔다”면서 “내년에 시장이 개화할 경우 DDR5 수요가 본격적으로 촉발돼 하반기 무렵 실적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