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가 불법 감금 및 고문을 당한 뒤 한국에 관광 비자로 입국한 이집트인의 난민인정 신청을 불허한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이하 외국인청)의 처분이 잘못됐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최기원 판사는 이집트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 불법 감금 및 고문을 당한 뒤 한국에 관광 비자로 입국한 이집트인 A 씨가 외국인청을 상대로 제기한 난민불인정 결정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A 씨는 2011년 당시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 및 이집트의 민주화를 위한 시위에 참여했다. 2013년께부터 2014년 10월께까지는 현 이집트 대통령의 쿠데타를 반대하는 등의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 A 씨는 2018년 5월 가족과 함께 관광 체류 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한 이후 외국인청에 난민인정신청을 했다. 이집트로 돌아갈 경우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외국인청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1951년 협약 제1조 및 1967년 의정서 제1조에서 규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A 씨에 대해 난민불인정 결정 처분을 내렸다.
A 씨는 외국인청의 결정에 불복하고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법무부는 외국인청과 같은 이유로 A 씨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A 씨는 외국인청을 상대로 난민불인정 결정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최 판사는 “이집트 내에서의 박해 경험 등에 관한 A 씨의 진술은 전체적으로 합리적이고 그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A 씨가 이집트로 돌아갈 경우 이집트 정부로부터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 최 판사는 “A 씨가 이집트로 귀국할 경우 다시 체포돼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고, 이집트의 국가 정황에 비춰보면 A 씨에 대한 수사 및 재판 절차가 공정하게 이뤄질 거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A 씨는 국적국인 이집트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인정되므로 A 씨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난민불인정결정 처분은 위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판사는 A 씨가 난민에 해당하는 이상 함께 입국한 부인과 자녀 역시 ‘가족결합의 원칙’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