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이 폐에 침투해 폐 손상을 일으키는 과정이 과학적으로 규명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방사성 추적자(Radioactive tracer)를 활용해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 중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의 체내 분포 특성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8일 공개했다. 환경과학원은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경북대학교 연구진(전종호 교수),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진(이규홍 단장)과 공동으로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
방사성 추적자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포함된 화합물이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 시 방출하는 에너지를 측정해 해당 화합물의 체내 이동 경로와 분포 특성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방사성 동위원소(14C)가 표지된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CMIT·MIT)을 합성해 실험동물(쥐)의 비강과 기도에 노출했다. 그 결과, 노출 부위인 비강·기도에서 폐까지 성분물질이 이동하는 것을 영상으로 확인했다. 특히 최대 1주일까지 성분물질이 노출 부위와 폐에 남아있다.
실험동물의 기관지폐포세척액을 분석한 결과에선 폐 손상과 관련 있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등이 유의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CMIT·MIT)이 호흡기 노출을 통해 폐에 도달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입증한 최초의 사례다. 환경과학원은 이를 환경과학 분야 상위 5% 수준(JCR 기준)의 국제 환경 학술지 ‘인바이런먼트 인터내셔널(Environment International)’ 12월호에 게재해 관련 연구의 신뢰도를 인정받았다.
신선경 국립환경과학원 환경건강연구부장은 “이번 연구에 적용된 기술은 가습기살균제뿐 아니라 다양한 생활화학제품의 호흡기계 독성영향을 평가하는 데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안전한 화학물질 관리 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