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1년래 디폴트 선언 가능성 50%에 육박”
중국 미온적 태도, 부채 구조조정 걸림돌
세계 경제가 새로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
많은 개발도상국이 급속한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둔화, 금리 상승과 강달러로 인해 재앙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을 위험에 놓이게 됐다고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경종을 울렸다.
경제학자들과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위기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WB는 올해 초 약 12개국이 내년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IMF는 저소득의 개발도상국 60%가 부채 위기에 빠져 있거나 그럴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미국 외교협회(CFR)는 최근 “향후 5년 안에 디폴트를 낼 확률이 50% 이상인 국가가 12개국으로 18개월 전의 3개국에서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전쟁을 벌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포함해 파키스탄과 케냐 등이 디폴트 위험국으로 꼽혔다. 더 나아가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가 1년 안에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50%에 육박한다고 보고 있다.
브래드 세처 CFR 선임연구원은 “신흥시장에서 채무 구조조정이 필요한 국가부채가 2000억 달러(약 260조 원)에 달한다”며 “2012~2020년 비정상적으로 많은 국가가 시장, 특히 중국에서 돈을 빌려서 이제 디폴트 상태이거나 그 위험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뒤이어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올해 전 세계에서 약 1억 명이 극심한 빈곤 상태에 내몰렸을 것으로 WB는 추정했다. NYT는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규모의 디폴트가 일어나면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들의 차입 비용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저소득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가 작아서 연쇄 디폴트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이 부채가 있는 이들 국가에 상품을 수출하는 것이 더 어려워져 세계 경제성장세가 더 약해지고 광범위한 기아로 사회적 불안이 커지게 된다.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취약국의 채무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터널 끝에서 빛을 찾는 데 중요하다”며 “개도국이 짊어진 부담이 계속 커진다면 이민 증가와 시장 상실 등 선진국 경제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 최대 채권국 중 하나가 된 중국이 개도국과 신흥국 부채 구조조정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중국은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추진을 위해 5000억 달러 이상을 빌려줬지만, 상대적으로 부채 조정에는 미온적이어서 개도국들을 ‘부채의 덫’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재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마크 소벨은 “중국은 자신의 대출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며 “이에 부채 조정에 있어 꾸물거리고 있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