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치러진 이듬해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재수생이 이례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월드컵 경기가 있는 해에는 수능이 매우 어렵거나 쉬운 ‘불수능’, 혹은 ‘물수능’으로 난이도가 급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1994년 미국 월드컵부터 월드컵이 치러진 연도에 실시된 수능 7번 중 5번에서 월드컵 다음 해 재수생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1994년 미국월드컵(1만39명), 1998년 프랑스월드컵(1만8864명), 2002년 한국일본 월드컵(4192명), 2014년 브라질 월드컵(3541명), 2018년 러시아월드컵(7897명) 다음 해 모두 재수생이 증가한 것이다.
이에 비해 2006년 독일 월드컵 이듬해는 재수생이 직전년도 보다 줄었지만, 이는 2008학년도부터 대입 수능이 등급제로 전면 개편된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다음 해인 2012학년도 대입 수능에서는 재수생이 직전년도 17만346명에서 16만7214명으로 줄어들었지만, 2012학년도는 교육과정 개편으로 문과생에 수능 시험에 미적분이 포함돼 수험생 부담이 매우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종로학원은 분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특별한 원인이 있는 2008학년도 대입 수능 제도 변화, 2012학년도 문과 수학 시험 범위 확대를 제외하면 사실상 월드컵 다음해는 재수생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월드컵이 치러진 다음해 재수생 증가는 직전년도 고3 학생 수에 연동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즉 직전년도 고3 학생 수가 줄어들면 재수생 수는 줄어들고, 직전년도 고3학생수가 늘어나면 재수생이 늘어나는 비례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월드컵 이후 재수생 증가는 특징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월드컵이 치러진 해에 치러진 수능에서는 난이도가 그 직전년도에 비해 급상승 또는 급격히 하락하는 특이한 점도 나타나고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이 치러진 해의 수능에서는 영어과목 표준점수 최고점이 직전년도 142점에서 134점으로 만점자 비율이 0.29%에서 1.02%로 급격하게 쉬워졌고, 수학 나형에서는 직전년도 표준점수 최고점이 152점에서 140점으로 쉬워지면서 만점자 또한 0.33%에서 1.76%로 크게 늘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치러진 2015 수능에서는 수학이 가형, 나형 모두 전년 대비 ‘물수능’으로 출제됐다.
수학 가형 표준점수 최고점이 138점에서 125점, 수학 나형 또한 표준점수 최고점이 143점에서 131점을 기록하면서 2005학년도 이후 역대 최고의 수학 물수능이란 기록을 갖게 됐다. 영어 또한 만점자 비율이 0.39%에서 3.37%로 급등하기도 했다.
반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치러진 2011 수능에서는 국어, 수학, 영어 모두 직전년도에 비해 크게 어려워져 ‘불수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직전년도 134점에서 140점, 수학가형 142점에서 153점, 수학나형 142점에서 147점, 영어는 140점에서 142점으로 모두 어렵게 출제됐다.
2018년 프랑스월드컵이 치러진 2019학년도 수능에서는 국어 과목이 ‘불수능’으로 출제됐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을 돌파하면서 2005학년도 이래 가장 어려운 불수능으로 평가됐다. 영어 또한 절대평가제로 전환돼 2018학년도 1등급 10.0%에서 2019학년도에는 5.3%로 어렵게 출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