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유동성 부담에 악영향 우려
생명보험사들의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금리가 최근 들어 하향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금리가 적용되는 2000년대 초반 보험 상품의 약관대출 수요가 줄고, 4%대인 최근 상품 담보의 대출 수요는 늘어난 영향이다. 신용대출 금리보다 낮은 4%대는 대출을 실행해 타 투자처를 찾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약관대출 증가세가 유동성 부담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1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생명의 확정금리형 약관대출 금리는 전달 8.6%에서 8.55%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은 7.31%에서 7.18%로, 교보생명은 7.16%에서 7.14%로 인하됐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안 오르는 금리가 없는 상황에서 그 배경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는 4%대 약관대출 수요가 많아진 '착시효과'라고 분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협회에 공시되는 금리는 실행금리 기준이다. 금리가 낮아졌다면 그만큼 낮은 금리로 받은 소비자가 많았다는 얘기"라며 "2000년대 초반 상품을 담보로한 8~10%대 고금리 약관대출을 받는 고객이 줄었고, 최근 상품 4%로 약관 대출을 받는 고객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리확정형은 예정이율+가산금리로 발생금리가 결정되는데, 보험사가 의도적으로 예정이율을 변동하지는 않았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약관대출이 늘어나는 게 유동성 확보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약관대출은 보험 가입자가 해지환급금의 50~90% 범위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특별한 심사 과정 없이 온라인상으로 신청만 하면 대출 실행이 가능하고, 중도상환수수료도 없어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주로 이용한다.
최근 약관대출이 늘어난 건 생계를 위한 급전 마련 성격과는 다소 다르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신용대출과 비교해 약관대출 금리가 현저히 낮다는 점을 이용해 타 투자처를 찾는 고객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연 8%에 육박한 반면, 보험계약대출은 연 4%대로 형성돼 있다.
실제 국내 34개 보험사(손해보험·생명보험)의 가계 약관대출 잔액은 지난 6월말 65조7316억 원으로 3월말 65조4608억 원 대비 0.4%(2708억 원) 늘었다.
문제는 약관대출 증가가 보험사 입장에선 유동성 부담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보험업권 전반적으로 현금유출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공시이율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저축성보험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며 자금 유출이 심화되자 저축성보험의 이율을 높여 자금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약관대출의 이점만 믿고 '일단 받아보자'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계약대출은 이자가 복리식으로 증가한다"며 "이자를 계속 납부하지 못하면 대출 원리금이 크게 증가하고 향후 보험금이나 환급금에서 차감돼 보험 보상이나 환급금이 줄어들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