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재 양극화…‘높은 분’ 모시거나 ‘인력감축’ 나서거나

입력 2022-12-0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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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인재 양극화 (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 인재 양극화 (게티이미지뱅크)

투자 혹한기에 들어간 스타트업들이 ‘생존’을 위한 인재 영입에 나섰다. 내실을 다지고 사업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외부에서 경영진을 모셔오는 것이다. 반면 구성원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영입과 감축이 동시에 이뤄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1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당근마켓‧지쿠터‧플라나 등은 잇따라 외부 인재를 영입하며 ‘투자 혹한기’를 버티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당근마켓은 최근 황도연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정했다. 황 대표는 카카오 커머스사업부문 총괄 부사장에서 지난해 3월 당근마켓 사업 부문 총괄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비즈프로필ㆍ로컬 커머스ㆍ당근알바ㆍ중고차ㆍ부동산 등 분야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워왔다. 당근마켓이 만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부 인재 수혈로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려 한다는 해석이다.

어려워진 투자 상황에서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한 것 외에도 기존 사업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인재 영입도 이뤄지고 있다. 수직이착륙 전기 추진 항공기(AAM) 개발 기업 ‘플라나’는 지난달 부사장 겸 연구소장으로 국방과학연구소 출신의 김현순 박사를 영입했다. 사업의 핵심인 하이브리드 기반 수직 이착륙 전기 추진 항공기(VTOL) 개발 내실을 다지기 위한 포석을 뒀다는 평가다.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플랫폼 ‘지쿠터’의 운영사 지바이크 역시 지난달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정승화 전 티맥스 인공지능 연구소장을 영입했다. 전동킥보드 시장 포화로 전동 자전거‧오토바이 등으로도 사업을 넓히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을 탄탄히 하려는 움직임의 하나다.

스타트업이 이처럼 인재 영입에 나선 것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업계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투자가 더 어려워질 상황에 대비해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다. 실제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보다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적인 분위기가 나빠졌다는 응답이 68.5%였다. 내년에도 부정적일 것이라는 답변 역시 37%에 달했다.

외부에서 경영진을 모셔오는 경우는 늘었지만, 동시에 직원 감축도 이뤄지고 있다.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줄이기에 나서는 것이다.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늘회’도 9월 서비스를 중단하고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단행했다.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 운영사인 메쉬코리아는 올해 하반기 유니콘 등극을 앞두고 있었지만, 자금난에 희망퇴직을 받으며 사업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송명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시장이라는 게 어려워지면 양극화는 금방 나타난다”며 “해고가 어려운 한국 인력시장 특성상 계속 필요한 인력이 아니면 내년에 계약직 일자리는 늘어도 정규직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극화를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송 전문위원은 “어려우면 누군가는 힘들고 다른 사람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투자 혹한기를 거치면서 구조적인 변화를 거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스타트업 내 인력 양극화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구조조정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답한 응답자는 32.7%에 달했다. 그중 스타트업 재직자가 18.6%였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가량은 본인 직장의 채용 분위기도 어둡게 봤다. 올해보다 채용을 더 늘릴 것이라고 답한 재직자는 10.3%에 불과했다. 반면 올해보다 적게 뽑거나 채용 계획이 없다는 응답자는 49.5%로 절반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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