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내년도 예산 심사가 늦어지면서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은 물론 정기국회 종료일인 오는 9일까지도 예산안 처리를 마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법정 활동 기간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에도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에 2일까지인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은 사실상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야 갈등이 계속될 경우, 정기국회 종료일(12월 9일)까지도 마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준예산' 편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준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처리되지 못할 경우 최소한의 예산을 전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1960년 준예산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준예산이 편성된 사례는 없었다.
헌법 제54조 3항에 따르면, 헌법상 준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경우는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 △법률상 지출의무의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 등 세 가지로 한정돼 있다. 즉, 준예산이 집행되면, 새 정부가 추진하려던 각종 사업 관련 예산은 전액 쓸 수 없게 되고, 사실상 정부 기능 유지를 위한 관리비, 인건비 등만 지출할 수 있다.
재정지출은 법률에 따라 지출 의무가 발생하고 규모도 결정되는 '의무지출'과 이를 제외한 '재량지출'로 나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639조 원 규모의 2023년도 예산안 중 재량지출은 297조3000억 원으로, 총지출의 46.5%를 차지하고 있다. 준예산이 편성될 경우 예산안의 절반가량인 약 297조 원의 재량지출이 막히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상당수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예를 들어, 본래 내년부터 만 0세 아동 양육 가구에 월 70만 원을, 만 1세 아동을 양육하는 가구에 월 35만 원이 지급되는 부모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연 8000명의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1인당 약 15만 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지원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준예산 사태가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원내 과반 의석을 보유한 야당에서 준예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최고위 회의에서 "원안 아니면 준예산을 선택하라는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주당은 가능한 대안을 확실하게 찾아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