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돋친 장미]②김대리도 한다는 채권투자…‘디폴트’땐 쪽박 찬다

입력 2022-12-01 10:37 수정 2022-12-0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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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10여년 전 대우자동차판매의 회사채를 매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투자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회사가 최종 부도 처리됐기 때문이다. 원금이라도 돌려받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 일부만 보장받을 수 있었다. A 씨는 “예금금리보다는 수익률이 높고, 주식보다는 안전하다고 생각해 채권 투자를 시작했는데, 투자금의 90%를 잃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주식시장을 빠져나간 동학개미(개인투자자)의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의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수익률이 높아진 것도 주효했다. 회사채 투자는 은행 예·적금에 비해 기대 수익률이 1~5%포인트 더 높고, 주식 투자보다는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이 부도가 날 경우 원금까지 잃을 위험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회사채 베팅하는 개미…떠오르는 ‘동양 사태’ 악몽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개인투자자는 장외 채권시장에서 총 19조18억 원을 순매수했다.

유형별로 보면 회사채 순매수 규모가 7조4014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기타금융채(5조2299억 원) 국채(2조8262억 원) 특수채(1조8660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달 30일 기준 기준 ‘AA-’급 회사채(무보증 3년) 수익률은 5.445%로 연초 대비 3%포인트 넘게 올랐다.

채권은 발행 주체에 따라 국채(정부), 지방채(지방자치단체), 금융채(금융기관), 회사채(주식회사) 등으로 나뉜다. 발행기관이 파산하지 않는 이상 원금과 이자를 보장받을 수 있어 안전자산으로 꼽히지만, 채권 투자에서도 원금 손실 위험은 분명히 있다. A 씨의 사례처럼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재무가 악화돼 원리금 상환에 실패하는 경우다.

특히 회사채는 ‘신용 위험(크레딧 리스크)’ 부담이 더 크다. 2013년 동양그룹이 무리하게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했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5만 명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던 이른바 ‘동양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투자 금액만 1조7000억 원에 이르고, 투자자의 99% 이상이 개인투자자로 나타났다.

2012년에는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였던 웅진홀딩스가 극동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두 회사가 동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회사채와 CP 투자자들의 피해도 막심했을 뿐만 아니라 회사채 시장까지 얼어붙었다. 웅진 사태 이후 회사채 발행 규모는 한 달 만에 30% 가까이 급감했다. 2017년 부도 위기에 빠졌던 대우조선해양도 채무 재조정 여파로 회사채 가격이 폭락한 바 있다.

시장 전체로 번지는 신용위험

신용 위험이 더욱 우려되는 건 한 기업의 부실이 다른 기업이나 업권, 금융시장 전반에 연쇄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전체가 냉각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방자치단체(강원도)가 보증을 섰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미상환되면서 지방채에 대한 신용도가 바닥을 친 것은 물론 건설사, ABCP를 매입한 증권사와 캐피탈사 등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치솟은 금리에 레고랜드발 후폭풍이 지속되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뿐만 아니라 우량 기업들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미매각이 잇따랐다. 금융투자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공모 무보증사채 수요예측 미매각 건수는 16건, 규모는 9500억 원을 기록했다. A등급 회사채 미매각률은 58%에 달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 발행에 나섰던 한전채도 목표했던 예정량을 채우지 못했다.

한계기업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파월의 발언에 시장에선 내년도 미국 기준금리 전망치를 기존 4.6% 수준에서 5%로 올려 잡고 있다.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어 신용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금리·물가·환율 상승 등으로 기업 경영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국내외 경기도 점차 둔화할 전망이라 한계기업 비중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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