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금융계좌 보유액을 실제보다 수백억 원 적게 신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5단독 조수연 판사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 회장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벌금 79억 원 중 이미 낸 과태료 74억 원을 제외한 5억 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조 판사는 “피고인은 해외금융계좌 보유자로서 계좌 잔액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신고해야 하는데 2016년에 256억 원을 누락하고, 이듬해에도 256억 원을 과소 신고한 사실로 기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소 신고한 금액이 매우 크지만, 피고인이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 보이고 있다. 또 피고인에게 범죄 전력이 없고, 과소 신고한 금액에 증여나 상속에 관한 탈루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조 판사는 “이러한 점 감안하며 벌금형을 선택한다. 벌금 가액 79억 원 중 이미 낸 과태료 합계 74억 원을 제외한 5억 원을 벌금형으로 정한다”고 말했다.
태평양그룹의 창업주인 서성환 회장의 장남이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친형인 서 회장은 2016년 말 해외계좌에 1616억 원을 보유하면서 256억 원을 축소 신고한 혐의를 받는다. 이듬해에도 1567억 원을 보유한 채로 신고액은 256억 원을 빠뜨린 혐의를 받는다.
지난 8월 검찰은 서 회장의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징역 2년과 벌금 70억 원의 실형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피고인이 장기간 해외계좌 예치 금액을 과소 신고해왔는데 2014년 이전 범행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하며 서 회장의 증여세 회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어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불이행에 대한 법정형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신고의무 위반 금액의 100분의 20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이고, 경합범 가중을 고려하면 이 사건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8억 원 이하의 벌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1심 재판부는 서 회장에게 벌금형을 선고하면서도 증여세 회피 등 탈루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