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신 상류 중산층’ 혹은 ‘특권 중산층’이라고 명명할 만한 상위 10%가 등장했다. 이들은 부동산 투자와 자녀 교육에 치중한다. 아직은 공고하지 않은 자신들의 특권적 입지를 보다 강력하게 다지고 후세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다.
신간 ‘특권 중산층’은 사회학적 조사를 근거 삼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해나간다. 세계화의 물결에 강제 노출된 외환위기를 전후로 우리나라에 ‘신 상류 중산층’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기술ㆍ자본 집약적인 산업의 힘을 받아 부를 축적했다는 것이다.
미국 하와이대학 명예교수인 저자 구해근은 계층 간 소득 불균형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로 이 상황을 설명한다. 1999년 0.259였던 지니계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친 2009년 0.320까지 늘어난다. 경제 위기에 소수 상위층은 오히려 부를 축적하고 자산격차를 벌려나간 셈이다. 책은 이들을 “대다수 중산층 사람들이 경제적 불안을 겪으며 하향 이동을 할 때 자신들의 경제적 상황은 호전되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로 정의한다.
2000년대 들어서 소위 ‘억대 연봉자’라는 이야기가 나온 건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사이 억대 연봉자들이 소유한 집의 가격은 2~3배 가까이 올랐다. 씀씀이도 따라 커졌다. 외제 차를 몰고 명품 가방을 들기 시작한다.
저자는 이같은 변화를 짚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일반 중산층보다 더 많은 특권적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집단을 대략 상위 10% 집단으로 추청해 이들을 ‘신 상류 중산층’ 또는 ‘특권 중산층’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규정한다.
이들은 과감하게 소비하고, 강남 부동산에 투자하고, 자녀 교육에 경쟁적으로 발을 담그는 특성을 지녔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일반 중하층 집단과 구별 짓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계급 구별짓기’에 골몰한다는 건, 그 입지가 완전히 공고하지는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들이 서민층보다 인격적으로 더 존경받을 만하다거나 시민의식이 높고 정치적으로도 더 합리적인 사람들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문제를 짚었다.
특히 “특권을 담보할 만한 도덕적 정당성은 물론 제도적 장치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이기에 “비합법적인 수단이 자주 동원되는 것”이라는 지적도 담는다. 자신들의 특권을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강력한 동기 안에서 불법적 스펙쌓기나 편법 상속 문제가 지속해서 불거지는 사회 흐름 또한 해석해 볼 만하다.
한국의 신 상류 중산층을 규정하고 그들의 특성을 조명하는 연구를 내놓으면서 저자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공정이 극도로 민감한 이슈로 등장한 데는 이런 계급적 이유가 잠재해 있다고 믿는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자각이 좀 더 활발히 일어나야 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