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업무개시명령’ 예고에 법조계 '우려'…쟁점은 '파업의 정당성'

입력 2022-11-28 16:36 수정 2022-11-2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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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법적 지위 견해차...행정·위헌소송 잇따를 수도

▲화물연대 파업 닷새째인 28일 광주 광산구 진곡화물차고지에 운행을 멈춘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 닷새째인 28일 광주 광산구 진곡화물차고지에 운행을 멈춘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 태세다. 명령이 발동되면 화물차 기사는 즉각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정부 조치로 인해 향후 정부-노동계 갈등은 물론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할 예정이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 발동 시엔 법이 허용하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운송사업자와 종사자가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30일간 면허정지(1차 조치) 또는 면허취소(2차 조치)가 될 수 있다. 정부의 엄포 아래에 화물 노동자들은 면허를 뺏기지 않으려면 업무로 복귀해야만 한다.

28일 법조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강경 대응에 우려를 나타냈다.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적절성과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파업은 노동자 권리” vs “불법 파업”

첫 번째 쟁점은 화물연대의 법적 지위다. 법적으로 쟁의행위가 가능한 노동자로 볼 것인지 아니면 운송자영업자로 볼 것인지의 여부다. 노동조합은 파업을 할 권리, 즉 쟁의권을 갖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인 화물연대 역시 파업할 권리를 갖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28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노동문제는 노측의 불법행위든 사측 불법행위든 법과 원칙을 확실하게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들의 파업이 불법이기 때문에 업무개시명령도 정당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의 시각은 다르다. 노동법 전공인 심재진 서강대 법대 교수는 “화물연대는 노동조합법상 설립신고필증은 받았는데 정부는 이들을 자영업자에 가깝다고 보는 것 같다”며 “그러나 2018년 대법원이 학습지 교사도 노동자로 인정한 만큼 이들 역시 노동자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매우 심각한 위기? 해석 엇갈릴 수 있어

업무개시명령 조항의 내용이 모호한 탓에 발동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4조(업무개시 명령)은 ‘운송사업자‧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줘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업무개시명령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한다.

‘커다란 지장’ ‘매우 심각한 위기’ 등 명확하지 않은 표현에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업무개시명령은 2004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 과정에서 만들어졌으나 아직 발동 전례가 없는 만큼 법을 보수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현호 기자 hyunho@)
(조현호 기자 hyunho@)

노동 관련 사건을 다룬 경험이 많은 조석영 법무법인 서린 변호사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만큼 긴박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그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업무명령이 내려지고 이후 면허가 취소되는 단계까지 가면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행정‧위헌소송 피할 수 없어

위헌 논란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헌법 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심재진 교수는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단체행동권을 침해할 수 있는 위헌적 조항이라고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헌법소원 제기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더 나아가 정부에서 이들의 면허를 취소하는 단계까지 가면 노동자들이 향후 처분 취소 소송 등으로 맞설 가능성도 있다.

조석영 변호사는 “화물노조는 극단적인 방법 보다는 부분 파업 식으로 파업의 강도를 낮추면서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공공부문 파업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데, 이번 상황에서 정부의 태도 역시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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