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최소 8개 도시서 정권 타도 시위
화재 사고 시위 도화선…월드컵, 성난 민심에 기름
신규 확진자, 닷새 연속 사상 최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8일 아시아증시가 일제히 빠졌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증시 항셍지수는 장 초반 3% 넘게 하락했다. 이후 낙폭을 줄여 각각 1%, 2%가량 빠진 채 거래되고 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0.42%, 대만증시 가권지수는 1.50% 각각 하락으로 마감했다.
중국 정부의 엄격한 방역 조치에 성난 민심이 정권 타도를 외치는 거리 시위로 확산하면서 시장 불안을 부채질했다. 베이징, 상하이를 포함한 최소 8개 도시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날 오전까지 이어졌다.
앞서 경찰이 해산을 시도하면서 흩어졌던 시위대는 전날 밤이 되자 다시 모여들었다.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서 수백 명이 검열에 항의하는 표시로 백지를 들고 시위를 벌였고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베이징에서도 백지를 든 시민들이 “봉쇄 대신 자유를 원한다” “문화혁명 말고 개혁이 필요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우한과 청두에서도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24일 오후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구도 우루무치에서 아파트 화재로 10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시위의 도화선이 됐고, 최근 개막한 카타르 월드컵 대회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다. 홍콩 명보는 “월드컵이 시작된 지 며칠 만에 중국 인터넷에서 방역 정책에 대한 여론이 급변했다”며 “중국인들은 제로 코로나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공개적으로 의문을 표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최근 한 누리꾼은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은 마스크를 쓰지도 않고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지도 않는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그들을 해치지 않나”라고 일갈했다.
소요사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의 통화 가치도 줄줄이 하락했다. 이날 상하이 역내시장에서 중국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최대 1.1% 급락했다. 호주 달러와 남아공 랜드, 뉴질랜드 달러 가치도 일제히 내렸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자산인 달러로 투자 수요가 쏠린 영향이다.
미국 주가지수 선물도 하락했다. 다우지수 선물이 이날 최대 0.6% 빠졌고 나스닥지수 선물 하락폭은 1%에 육박했다.
제로 코로나 완화를 모색했던 중국 당국이 최근 봉쇄 조치를 부활시키면서 시장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재봉쇄 역풍은 이미 경제지표에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기를 보여주는 8개의 선행 지표를 분석한 결과, 이달 중국 경기지수가 전달보다 더 위축됐고, 4~5월 상하이 등 주요 도시 전체 봉쇄 이후 가장 낮았다고 전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해제한다는 전제하에 내년 경제성장률이 4.4%를 겨우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상황이 시계 제로에 놓이면서 세계 경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봉쇄 강화에도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멈추지 않는 것도 문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전날 중국의 신규 확진자가 4만52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날 3만9506명에서 더 늘어난 수치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